[World Now] 일본-대만 반도체 동맹 본격화‥투자금도 '반반'

세계곽승규

투자금 ′반반′ 연구센터 문 열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어제(24일)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서 새 반도체 연구개발센터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 연구개발센터에는 사업비가 총 370억 엔(약 3천5백억 원)이 들어가는데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190억 엔은 일본 정부가 지원했습니다.

반도체로 대만을 먹여 살리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TSMC와 손을 잡기 위해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어제 열린 개소식에도 일본의 경제분야 사령탑이 출동해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하기우다 경산상(경제산업대신)은 TSMC가 일본에서 반도체의 설계부터 제조까지 폭 넓은 역할을 해줄 거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TSMC의 CEO(최고경영자)인 웨이저자도 ″일본과 대만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며 ″연구개발센터에서의 협력 관계가 더 많은 혁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속도 내는 공장 건설, 맞춤식 교육과정도 신설

실제 TSMC는 연구개발센터 외에 일본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TSMC는 전자제품 업체로 유명한 일본 소니와 손잡고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인데 계획대로라면 내년 12월부터 반도체 생산이 시작될 전망입니다.

TSMC는 이 공장에서 12인치 웨이퍼 월 4만 5천 장을 생산하고 소니는 스마트폰 카메라 등에 필요한 자사 이미지 센터에 이 반도체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자동차 부품업체 일본 덴소도 TSMC와 소니가 설립한 합작회사에 출자해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는 TSMC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에 4천760억 엔(약 4조 5천7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부을 방침입니다.

일본은 올해 초 일본 규슈 지역에 있는 8개 고등전문학교에 반도체 제조 및 개발에 관한 교육과정을 새롭게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고등전문학교는 직업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5년제 고등학교로 우리로 치면 고등학교와 전문대를 합친 것과 유사합니다.

규슈 지역 고등전문학교에 반도체 교육과정이 집중되는 건 TSMC 공장이 지어지는 구마모토현이 규슈 지역 내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TSCM의 공장 신설을 계기로 규슈 지역을 일본 반도체의 부흥을 위한 거점지역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선 TSMC가 일본 내 반도체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해 오히려 일본 기업의 활동이 위축될 거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일단 일본 정부는 TSMC에 힘을 실어줘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이해관계 맞아 떨어졌다

일본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반도체 업계의 선두국이었지만 이후 한국과 대만 등에 크게 밀리며 지금은 국내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내 반도체 산업을 두고 ′조락(잎이 시들어 졌다는 뜻)산업′이란 표현을 쓸 정도입니다.

하지만 4차 혁명 시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더 이상은 상황을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막대한 지원금을 약속하며 TSMC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대만의 TSMC 입장에서도 일본과의 협력은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반도체 산업이 쇠락했다고는 하나 일본의 소재 및 부품 경쟁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에 일본의 우수한 노동력까지 확보할 수 있으니 파운드리 시장에서 한국 삼성전자의 거센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TSMC 입장에서는 일본과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반도체의 생산 거점과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TSMC가 일본에 진출한 이유로 손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