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13 07:32 수정 | 2022-08-13 07:37
영국 런던에 있는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RUSI)가 지난 8일 보고서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 제목은 ′반도체 생명선 : 러시아 전쟁 기계의 핵심에 있는 서방 전자 부품′.
보고서의 주요 대목은 이렇습니다.
″RUSI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용된 러시아 무기와 군사 장비 27개를 검사했습니다. RUSI는 로이터와 협력하여 미국, 유럽 및 동아시아의 기업에서 생산한 최소 450개의 마이크로 전자 부품을 확인했습니다.″
러시아 무기에 들어간 외국산 부품 450개의 70%는 미국 제품입니다. 각 국가별로 보면 ●미국 318개 ●일본 34개 ●대만 30개 ●스위스 18개 ●네덜란드 14개 ●독일 10개 ●중국 6개 ●한국 6개 ●영국 5개 ●오스트리아 2개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러시아 무기에 외제 부품 수두룩‥70%는 미국 제품</strong>
RUSI는 우크라이나 군이 전장에서 수거한 러시아 무기들을 분석해서 이런 결과를 얻었습니다. 예를 들면 9M727 순항 미사일 불발탄을 해체해서 미사일의 전자두뇌에 해당하는 컴퓨터 칩을 확인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 현지 조사 과정을 이렇게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보안 고위 관리는 사냥용 칼로 나사 18개를 풀고 작은 검은색 금속 상자의 뚜껑을 들어 올렸다. 내부에는 수많은 컴퓨터 칩이 가득한 슬라이딩 패널 4개가 있었다. 이것은 불발된 러시아 9M727 순항 미사일의 전자 두뇌였다.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사용한 파괴적인 무기 중 하나다.″
9M727 순항 미사일은 레이더를 피해 저고도에서 기동하면서 수백 마일 떨어진 표적을 공격하는 첨단 무기입니다. 이 미사일에선 미국과 독일 기업 등에서 만든 31개의 외국산 부품이 나왔습니다.
또다른 러시아의 Kh-101 순항 미사일에도 미국을 비롯한 31개의 외제 부품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공습에 사용됐습니다.
서방의 전자 부품은 미사일뿐만 아니라 드론과 대공 방어 시스템에 이르는 다양한 러시아 무기 체계에서 발견됐습니다.
RUSI의 전문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개탄했습니다.
″서방 전자 제품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 무기로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사망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수출 통제 대상 부품이 어떻게 러시아 무기에 쓰였나?</strong>
이번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외국산 부품 450종 가운데 약 18%, 최소 80종은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입니다. 수출업체는 해당 부품이 러시아 군사용으로 쓰이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러시아 무기에 쓰였을까요?
해당 미국 기업들은 로이터에 ″무역 제재를 준수하고 러시아에 부품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부품이 러시아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최근 내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RUSI는 최종 사용자 인증서를 위조하거나 제3국에서 상품을 옮겨 싣는 수법으로 실제 수령인을 은폐하고 군사용으로 전환하는 수법을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연루된 혐의로 개인 3명과 홍콩 회사 한 곳을 제재했습니다. 재재 대상자 중 한 명은 미국, 일본, 유럽에서 러시아 방위산업을 위한 전자 제품을 은밀히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USI는 러시아가 현재 서방의 마이크로칩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경로를 탐색 중이며, 서방 정부들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러시아의 은밀한 조달망을 폐쇄한다면 러시아의 군사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유럽 국가들, 러시아에 무기 수출</strong>
러시아 군대가 보유한 서방의 무기류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진영에서 이탈리아제 장갑차량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유럽의 탐사보도 전문 단체인 ′유럽 탐사보도′(Investigate Europe)가 지난 4월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10개 회원국들은 2015년~2020년 사이에 러시아에 3억4천600만 유로(4천645억 원) 상당의 군사 장비를 수출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이 가장 많이 러시아에 수출했습니다. 프랑스는 폭발물, 전차용 열화상 카메라, 전투기용 적외선 탐지기 등 1억5천200만 유로(2천억 원)어치, 독일은 소총과 특수보호차량 등 1억2천100만 유로(1천600억 원) 상당을 수출했습니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체코도 러시아에 무기를 팔았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전쟁 이후 민간인 사망자 1만2천 명 넘어″</strong>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5개월 동안 3천65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9일, 전쟁 발발 이후 아동 352명을 포함해 민간인 1만2천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