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정연

"16강 탈락에 환호하던 이란 남성 군경 총에 숨져"

입력 | 2022-12-01 10:22   수정 | 2022-12-01 10:23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해 카타르 올림픽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이에 환호하던 이란 남성이 이란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영국 방송 BBC 등이 보도했습니다.

인권 활동가들은 27세의 남성 메흐란 사막이 지난달 29일 카스피해에 접한 이란 북부 도시 반다르 안잘리에서 경기 직후 자신의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이란 대표팀의 패전을 축하하다 총에 맞았다고 전했습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는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한 뒤 보안군이 사막을 직접 겨냥해 머리를 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휴먼라이츠에 따르면 지난 9월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한 반정부시위에서 이란 보안군에 살해된 사람은 44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도 사막이 이란의 패배를 축하하다가 보안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지난달 30일 테헤란에서 열린 사막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이 구호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한 이란 반정부시위대의 구호 가운데 하나입니다.

숨진 사막은 공교롭게도 미국전에서 뛴 이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리히의 지인이라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사막처럼 반다르 안잘리 출신인 에자톨리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막과 어린 시절 유소년축구팀에서 함께 뛰었다고 소개하며 비통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자신과 사막을 비롯한 꼬마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어깨동무를 한 사진을 함께 올리며 ″너를 잃었다는 지난밤의 비통한 소식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에자톨리히는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 우리 조국이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분개했습니다.

에자톨리히는 이날 미국전에서 패한 뒤 경기장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자 미국 선수가 다가와 위로하는 모습이 목격되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란 대표팀이 숙적 미국에 패배한 날 반정부 시위대는 수도 테헤란과 반다르 안잘리 등 이란 곳곳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습니다.

상당수 이란인은 이란 대표팀이 이란 정권을 대변한다고 보고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 응원을 거부했습니다.

정치적 앙숙인 미국과 이란의 경기가 열린 날 카타르의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는 통상적인 보안 요원에 더해 경찰력까지 배치됐습니다.

이란 응원단 사이에서는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대표 구호인 ′여성, 삶, 자유′ 등이 터져 나왔고, ′마흐사 아미니′ 이름의 피켓을 들었다가 관계자에게 제지를 받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