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13 11:14 수정 | 2023-03-13 11:15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경매를 통해 환수한 ′독서당계회도′가 보물로 지정됩니다.
문화재청은 조선 시대 인재 양성을 위해 만든 독서 연구기구 ′독서당′을 배경으로 젊은 선비들이 모인 모습을 묘사한 ′독서당계회도′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한다고 오늘 예고했습니다.
독서당계회도는 약 500년 전 조선 선비들이 한강 일대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회화로 이번 작품은 일본과 미국을 떠돌다 국내로 돌아와 보물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그림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상단에는 ′독서당계회도′라는 제목이 적혀 있고, 가운데에는 지금의 서울 옥수동 일대에 있었던 두모포 부근 풍광과 선비들이 한강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 등이 담겨있습니다.
화면 아래에는 모임에 참석한 인물 12명의 이름과 호, 본관, 태어난 해, 과거급제 시기, 부친이나 형제의 인적 사항 등이 꼼꼼히 기록됐습니다.
비단에 그린 수묵채색화인 이 유물의 하단에 적힌 인물들의 관직을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확인한 결과 1531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그림은 한동안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간다 기이치로가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미국 경매 등을 거쳤고,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환수했습니다.
문화재청은 ″앞서 보물로 지정된 계회도 12점과 함께 비교해보면 시기상 두 번째로 제작된 작품이나 후대 제작된 계회도의 전형적인 형식인 상단 표제, 중단 그림, 하단 목록 형태로는 시기가 가장 앞선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한강 주변의 풍경을 그린 실경산수화의 처음 양식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문화재청은 또 ′이항복 해서 천자문′,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수능엄경의해 권9∼15′ 등 3건도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했습니다.
이항복 해서 천자문은 조선 시대 명재상으로 꼽히는 이항복이 손자 이시중의 교육을 위해 1607년 직접 써서 내려준 천자문 책입니다.
총 126면의 분량의 책에는 행마다 4자씩 글자를 크게 쓴 뒤 한글로 음과 뜻을 달았습니다.
책 끝에는 ′정미년(1607년) 이른 여름(음력 4월) 손자 이시중에게 써 준다. 오십 노인이 땀을 뿌리고 고생을 참으며 썼으니 골짜기에 던져서 이 뜻을 저버리지 말라′는 내용의 글이 있어 이항복의 ′내리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글자 크기가 약 8㎝로 가장 크고, 시기도 가장 이른 육필 천자문으로 서예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라며 ″한글 변천을 연구하는 데도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고 말했습니다.
14세기에 제작돼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양식을 보여주는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조선 세조 8년인 1462년 간행된 불경인 수능엄경의해 등도 각각 보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