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조희형
정부 보조금 10억여 원을 횡령해 손녀의 승마용 말을 사고 유학비를 지원한 비영리민간단체가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됐습니다.
감사원 특별조사국 제3과는 오늘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고 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과 언론 보도, 제보 등을 토대로 비영리민간단체 10곳의 17억 4천만 원 규모의 회계 부정을 적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의 사업에 참여한 비영리단체의 본부장 A씨는 단체 직원의 가족과 지인을 강사로 허위 등록한 뒤 강사료를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1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횡령했습니다.
또 강사 워크숍 등 행사 비용으로 호텔 리조트에 4천만 원을 지급한 뒤 행사 비용으로는 400만 원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A씨와 가족들이 사적으로 이용했습니다.
A씨가 이처럼 횡령한 비용은 10억 5천300만 원에 이르는데 이 돈은 자녀의 사업 자금, 손녀의 승마용 말 구입비와 유학비, 골프장과 콘도이용권 구입에 쓰였습니다.
A씨와 비슷하게 인건비를 부정수급한 단체들도 적발됐습니다.
여성가족부 사업에 참여한 한 여성 인권 관련 단체 대표는 근무일 100일 중 해외여행 등으로 73일을 근무하지 않고도 655만 원의 인건비를 부정 수급했습니다.
한 자연환경 보전 단체 대표는 퇴사 연구원이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1천600만 원을 횡령했습니다.
자신이나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도 회계부정에 활용됐습니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한 청소년 보호단체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대금을 지급했다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1억 700만 원을 횡령했습니다.
또다른 청소년 단체 대표는 아내가 운영하는 인쇄 업체에 용역을 맡겨 270만 원을 횡령했는데, 이 업체는 인쇄물 제작 능력이 없어 모두 외부 업체에 하도급을 줘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밖에 한 한류사업 참여업체 대표는 프로게이머들과 협업해 개발한 PC 케이스로 해외에 진출하겠단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낸 뒤 이미 중국에 출시된 제품을 수입해 결과물로 제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1억 1천만 원을 횡령했습니다.
감사원은 이처럼 10개 단체의 ″조직적 횡령을 확인했다″며 ″신속히 수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경찰청에 단체 대표 등 73명을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8월 감사원은 행안부와 통일부, 외교부, 문체부, 환경부, 여가부와 서울시 등 7개 기관에 등록된 1천700여 개 비영리단체에 대해 감사에 돌입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