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조희형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결과보고서가 지난 9일 공개된 가운데, 감사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감사원 내부에서 나왔습니다.
전 서울고등검찰청장을 지낸 조은석 감사위원은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주심인 자신의 최종적인 확인 없이 공개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감사원 최고위직이자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인 감사위원이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조 위원은 전 위원장에 대해 지난 1일 감사보고서를 일부 수정하는 것으로 감사위원회에서 의결한 뒤 위원회 결정대로 수정됐는지 지난 8일 감사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사무처에서 전달된 감사보고서에는 전날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다시 수정을 기다리는 중에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됐다고 말했습니다.
조 위원은 보고서가 공개된 9일 오후 ″감사위원들은 사무처가 다시 작성하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감사보고서 공개를 뒤늦게 알게 된 뒤 ″헌법기관에선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 발생된 데 대해 망연자실″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위원은 ″감사원 보고서 작성 후 주심위원에게 확인을 받고, 전자결재시스템에 등록해 주심위원이 열람을 하면 확정되는 게 감사원 업무시스템″이라며 ″사안이 중요하거나 논쟁이 많으면 감사위원 전체가 확인거나 열람하기도 한다″며 열람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조 위원은 아울러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보고서 공개 이후 조선일보가 ″친야 감사위원들이 막판까지 전현희 구하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 ′비열한 작태′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조 위원은 ″감사위원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해 특정 정당 성향이라고 단정하면서 심의과정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며 ″내부에서 누군가가 허위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위원은 ″이는 국민과 감사대상 기관의 감사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뿐 만 아니라 내부의 불신으로 이어져 감사원이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수행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실제로 감사 과정에서 전 위원장 비위 의혹 가운데 ′갑질 직원 탄원서′를 제외한 모든 사안에 대해 감사위원 전원이 책임을 묻지 않는 불문 결정을 내렸고, 전 위원장의 의혹을 보고서에 담는 데 찬성한 것은 ′친야′ 위원이었다는 겁니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위원회 의결과 다른 내용이 감사보고서에 포함된 것이 없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며 조 위원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감사를 지휘한 김영신 공직감찰본부장은 서면자료를 내고 ″감사결과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감사위원회에서 변경의결된 수정안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주심위원 등이 열람했고, 이후 심의실장 검토와 사무총장 결재를 거쳐 시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수정 과정에서 주심 등 일부 위원이 감사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사항과 사실과 다른 사항을 주장해 의견 반영이 불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제 기억으로는 어떤 중대한 감사든 시행 과정에 이렇게 자주 위원 열람을 한 사례는 없었다″며 ″의결 내용과 다른 게 있다고 생각하면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조 위원을 겨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