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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인사파동 설 분분‥지금까지 확인된 것과 확인돼야 할 것?

입력 | 2023-06-17 18:33   수정 | 2023-06-17 18:54
수면 아래에서 활동하는 중추 정보업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최근 연일 언론에 오르고 있습니다.

고위직인 1급 인사가 대통령 결재까지 났다가 취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인사가 번복되는 일은 이례적일 텐데 그 기관이 특히 국정원이라는 점에서, 이유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확인된 사실·팩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6월 초, 국정원은 1급 간부 인사 최소 5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으나 며칠 뒤 취소했다.

2) 최종 인사권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인사에 대해 문제점을 발견해서 대통령실이 인지했고, 이에 윤 대통령이 인사를 취소했다.

3) 국정원의 인사 문제는 지난해에도 불거진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검찰 출신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꼽히던 조상준 기조실장이 돌연 사직한 일이다. 그 배경엔 인사문제를 두고 조 실장이 김규현 국정원장의 측근과 갈등을 빚었으며, 대통령실이 다른 인사 측의 의견을 수용하자 조 실장이 사직했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9월 국정원 1급 간부 20여명이 퇴직했고, 12월에는 2·3급 보직자 100여명이 보직을 받지 못했다.

이 팩트들을 두고 언론들은 익명의 ′정보 관계자′를 인용해 ″모 인사의 인사 전횡이 있었다″, ″인사문제로 분화한 국정원이 사실상 내전상태″라 해석하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내부 권력투쟁 때문?></strong>

일단 국정원 측은 인사문제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어제 한 언론(SBS)에서 제기한 내용, 김규현 국정원장이 권춘택 국정원 1차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국정원장이 국정원 2인자인 1차장에게 감찰을 지시했다는 보도. 국정원이 사실이 아니라 확인했지만 기삿거리가 된 이유는 최근 불거진 인사 파동이 ′내부 권력다툼 때문 아니냐′는 추정 때문일 겁니다.

처음으로 국정원의 인사 문제를 보도한 동아일보는 김규현 국정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모 인사 (편의상 ㄱ씨라고 하겠습니다.)가 인사 전횡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김 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ㄱ씨가 인사를 쥐락펴락하며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주요 보직에 앉히려 했고, 이를 문제 삼은 투서가 용산 대통령실에 접수돼 윤 대통령이 인사를 취소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1급으로 승진했다 취소된 7명 중엔 ㄱ씨 본인, ㄱ씨와 친한 동기들도 포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다른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에까지 알려졌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역시 인사문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인데, 투서에 대해선 ″받은 바 없다. 또 투서를 근거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설명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국내 IO 출신들 부활 꿈꾸다 국정원 재외거점에 불똥?></strong>

그런데 1급 인사가 취소되면서 재외거점에 불똥이 튀었습니다. 주미 한국대사관에는 국정원의 미국 거점장이, 주일 한국대사관에는 일본거점장이 파견되는데, 이들의 인사가 취소돼 지금 일하는 사람이 귀국하면 공석이 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 언론은 거점장으로 해외 정보 경력이 별로 없는, ㄱ씨와 가까운 인사들이 임명됐다 취소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배경엔 ′국내 정치분야 정보파트′를 맡았던 이들의 세력화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국정원을 망가뜨리고 있는 핵심 그룹이 문재인 정부 때 폐지한, 이른바 국내 정보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이다″, ″정보를 이용해 권력 맛을 봤던 이들이 국정원 개혁을 되돌리려고 망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지난 정부 국정원법 개정으로 국내정보 업무가 축소됐는데, 정권이 바뀐 뒤 이를 되돌리려는 시도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시각입니다.

이런 가운데 불똥이 정작 재외거점으로 튄 건데요. 당장 올여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제안으로 미국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릴 전망인데, 주요국 재외 거점장들의 공백이 가벼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대통령실 진상파악 착수… 야당 ″제대로 검증 안 하고 인사했다 집안 망신″></strong>

일단 대통령실은 극도로 말을 아끼며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려는 분위깁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진상파악에 나섰다고 알려졌는데요. 평소라면 누가 승진을 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을 국정원의 인사 문제가 공개적으로 드러난만큼 상황을 꽤 심각하게 보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정원의 인사 실책이 가벼워보이지 않는데, 결국 최종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으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빨리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할 겁니다. 윤건영 의원은 ″국정원 인사를 용산 대통령실과 당연히 사전에 상의를 했을텐데 정보기관 인사를 제대로 검증도 안 하고 몇몇 인사들 말만 듣고 진행했다 문제가 생기지 뒤집은 거다. 결국 자기 집안 망신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국정원 내부도 뒤숭숭? ″내전까지는 아니다″></strong>

이런 가운데, 갑자기 집중조명을 받게 된 국정원 직원들의 당혹스러움도 감지됩니다.

한 국정원 중간간부는 ″언론이 내전이라고 표현했던데, 내전이라면 내가 전쟁의 한복판에 있다는 뜻 아닌가, 그러나 그 정도 분위기는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국정원 직원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저런 말이 돌지만, 일선 직원들이 가늠할 수 없는 큰 범위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ㄱ씨가 인사 전횡의 원흉으로 지목된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데요. 국정원 중간간부는 ″기자들이 ㄱ선배에 대해 수소문한 결과 ′평이 좋더라′는 말을 하더라″며 ″제보자가 적극적으로 언론에 국정원 내부 사정을 알리는데는 어떤 목적이 있을 수 있으니 신중히 검증하고 보도하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국정원장 거취엔 일단 선 그어… 사태파악 후 주시></strong>

대통령실 차원의 진상 파악이 이뤄지는 가운데, 김규현 원장에 대한 경질론도 일부에선 고개를 듭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보기관의 인사 문제에 대해선 NCND (긍·부정 모두 안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확인해주는 행위)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다른 고위관계자는 ″당장 며칠 내로 국정원 고위인사에 대해 인사조치를 할 가능성은 낮다″는 자신의 관측을 전했습니다.

국정원의 원훈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입니다. 옛날 원훈 아니냐고요? ″정보는 국력이다(1998년)″로 바뀐 뒤 정권에 따라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2008년)″, ″소리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2016년)″, ″국가과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2021년)″ 등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돌아왔습니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소리없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업무를 하겠다’는 정보기관의 사명이 담긴 원훈들인데요. 내부 사정인 인사문제가 이렇게 불거지는 상황, 예사롭지 않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