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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감사위원 향해 "궤변"‥전현희에 "허구한 날 언론에 떠드는 누구"

입력 | 2023-06-28 18:11   수정 | 2023-06-28 18:35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전현희 감사′ 회의록 보니…</strong>

지난 6월 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본관 3층에서 오전 9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 감사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11시간 가까이 회의가 열린 이유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6월 27일 퇴임)에 대한 감사 결과를 심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15일 YTN은 당시 참석한 유병호 사무총장이 수시로 말을 자르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과연 그랬는지 MBC가 회의록을 살펴봤습니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이 의장을 맡고, 6명의 감사위원이 참석합니다. 감사위원은 모두 정무직, 사실상 외부인이고, 이렇게 둔 것은 감사위원의 공정성이 중시되기 때문입니다.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감사결과가 확정되고 공개되기 때문에 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무총장은 참석할 수 있지만, 의장이나 감사위원과 달리 의결권은 없습니다.

200페이지가 넘는 회의록 곳곳에선 감사위원과 감사위원회의 토론 그리고 의사결정을 향한 유 사무총장의 문제적(?) 발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감사위원 향해 ″궤변″, ″감사원법 위반″, ″법을 조롱″</strong>

애초 최재해 원장이 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국민권익위가 최 원장의 ′호화 관사′ 의혹을 조사하고 있기도 하고, 전 전 위원장이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을 사퇴압박을 위한 ′조작감사′를 벌이고 있다며 공수처에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권익위는 지난 5월 9일 이해충돌 여부에 대해 회의한 결과 ″다른 기관 공직자가 상호 조사·수사하게 된 경우 이해충돌이 발생해 신고·회피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나 해당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악용할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해석·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습니다.

′전현희 감사′의 주심 조은석 감사위원은 감사위원회 회의를 시작하면서 위원회 구성에 관한 것이므로 제척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유 사무총장은 권익위에서 ″제척 사유가 안된다고 판단 결과가 나왔다″며 조 감사위원을 향해 ″궤변″이라고 항의합니다. (앞에서 썼듯 권익위가 제척 사유라고 명확하게 판단을 한 건 아닙니다.) 이에 조 감사위원이 ″감사원법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하자″고 하자 유 사무총장은 ″지금 말씀하는 게 감사원법 위반″이라며 ″법을 조롱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유병호 ″위원회가 심의권 범위 일탈″…′불문′ 결정에 감사위원회 비판</strong>

감사위원회에서는 전 전 위원장의 비위 의혹으로 제기된 상습 지각 등 근태 문제에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한 유권해석 개입 문제까지 모두 불문, 즉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유 사무총장은 ″조치할 사항이 없는 것으로 의결됐습니까?″라고 반문합니다. 최 원장이 ″예″라고 대답하자 유 사무총장은 ″제 생각엔 위원회의 심의권 범위를 일탈한 겁니다″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명백한 거짓말인데 아무 조치가 없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기관장이 거짓말한 겁니다″라고 강하게 항의합니다. 유 사무총장은 이에 앞서 조 감사위원이 불문이니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서 ″다 날려야 하는데 사무처 입장을 생각해 써주겠다″고 하는데도 ″위원님 혼자 불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전현희에 ″허구한 날 언론에 떠드는 누구″</strong>

유 사무총장의 발언 중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공격적인 언급도 볼 수 있었습니다. 유 사무총장은 제보자를 두둔하며 ″정의감이 있는 친구인 것 같은데 허구한 날 언론에 믿기 어려운 말을 떠드는 누구와 그것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합니다. 이어 ″감사원은 거짓말을 안 시킨다″면서 ″국가기관 반부패기관장이 국회에 가서 거짓말시키고, 강요하고 이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중범죄″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한 감사위원은 회의에서 감사를 진행한 특별조사국에 왜 전 전 위원장을 출석시켜 소명을 듣지 않았는지 묻습니다. 제보자의 진술과 전 전 위원장의 주장이 다른 점이 많은데 더 따져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전 전 위원장도 출석 의지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에 특조국 관계자가 답하려 하자 유 사무총장은 자신이 대신 ″올 의사 없이 감사팀을 골탕먹이는 행동만 했다, 이렇게 말씀을 드려야지″라고 감사팀에 지시합니다. 전 전 위원장은 지난 5월 3일, 감사 개시 10개월이 지난 뒤에야 처음으로 감사위원회에 출석했습니다. 전 전 위원장은 그동안 감사원이 ″진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감사원은 전 전 위원장이 ″일정을 이유로 조사를 미뤘다″고 반박하며 공방을 벌였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총장님, 총장님, 총장님″…원장도 못 말리는 사무총장?</strong>

언론에 보도된 ′고성′이 실제 회의 당시 있었는지는 회의록에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국회 법사위원들이 감사원에 녹취파일을 달라고 했지만, 감사원은 회의록만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회의록에 나타난 유 사무총장의 태도에서는 감사위원회에 대한 존중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감사원법에 따라 사무총장이 ′명을 받아′야 하는 감사원장에게도 말입니다. 아래는 회의록의 일부입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병 감사위원(익명처리) : 위원들이 의견을 형성해서 발언하는데 중간에 말을 끊고 들어오는 것은 좋은 회의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의견형성과정에서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발언하고 있는데 중간에 끼어드는 것은 매우 좋은 의사진행이 아니죠. 그래서 원장님께서도 초기에 오늘 회의 전에 발언하려면 반드시 신청해라, 그리고 그에 따라서 발언기회를 드리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생략)
유병호 사무총장 : 저희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최재해 원장 : 잠깐만, 잠깐만.
유병호 사무총장 :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심의를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재해 원장 : 총장님, 총장님, 총장님. </blockquote>

내일 오전 국회에서 법사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전 전 위원장은 퇴임했지만,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놓고 논란은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