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손하늘
정부가 내년도 과학기술계 주요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14%, 3조 4천억 원 삭감한 21조 5천억 원으로 편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면, 대학지원금 등 기타 연구개발 예산이 유지된다고 해도, 지난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국민의힘 최현철 부대변인은 오늘 낮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과학기술계에 깊숙하게 뿌리박혀 있는 연구비 나눠먹기, 과제 쪼개기, 건수 채우기 등 후진적 관행을 없애는 ′과학계 이권카르텔′ 척결에 나선 것″이라고 옹호했습니다.
최 부대변인은 ″대학가에는 이미 연구계획서 대필과 특정 인맥의 연구과제 독점과 같은 가짜 연구가 판을 치고 있다″며 ″이 같은 행위들은 예산 삭감이라는 강수를 둬서라도 대수술해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광범위하게 퍼진 과학계 카르텔을 혁파하고, 무분별하게 증가한 연구개발 예산을 바로잡겠다″며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발전할 건강한 토양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과기부가 전문가들과 함께 수 개월간 심의한 예산안을 백지화하고는, 권한도 없는 기재부가 달려들어 멀쩡한 연구비를 난도질했다″며 ″법과 절차를 무시한 불법·졸속·밀실 예산″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조 의원은 ″정부가 자신들의 불법과 허물을 감추기 위해 국가에 헌신한 과학자들을 욕보이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방만예산이라고 주장하는 ′소부장′과 감염병 대응 R&D는 국가적 필요에 따라 국가가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국가가 필요할 때는 연구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이제와서 카르텔을 운운한다면 앞으로 어떤 연구자들이 국가의 요구에 헌신하겠냐″며 ″현장에서 묵묵히 연구활동에 임하고 있는 과학기술자와 연구자들에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직접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연구개발 예산은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