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24 14:53 수정 | 2023-03-24 14:53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1년 사이 엄마아빠 모두 잃고 고아가 된 세로 </strong>
탈주 끝에 붙잡힌 만 3살(2019년생) 수컷 그랜트 얼룩말 세로에게 슬픈 사연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원래는 엄마 아빠 껌딱지, 듬뿍듬뿍 사랑받던 재롱둥이 아들이었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와 아빠를 잇따라 하늘나라로 보낸 겁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조경욱 동물복지팀장에 따르면 세로의 엄마 ′루루′와 아빠 ′가로′는 금실이 참 좋았는데, 나이가 들어 엄마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건 세로의 엄마가 2021년 방사장에서 갑자기 숨을 거뒀고, 세로가 현장에 같이 있으면서 그 장면을 모두 목격했다는 것. 새끼 세로는 사육사들이 숨진 엄마를 수습하는 과정까지 직접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슬픔과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불과 1년 만인 작년에 아빠마저 숨을 거뒀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외톨이 되고 초식동물마을의 반항아로‥ </strong>
얼룩말의 평균 수명은 약 30세. 두 살 때 엄마를, 세 살 때 아빠를 잃었으니, 사람 나이로 열 살 전후에 부모를 잃은 겁니다. 상실감 때문이었을까요? 세로는 그 뒤 초식동물마을의 반항아가 돼버렸습니다.
옆에 살던 캥거루들은 번식도 잘 하고, 개체수가 많았습니다. 또 다른 이웃 알파카들도 해마다 새끼를 낳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혼자 남은 세로는, 캥거루 무리에 자꾸 기웃 기웃하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무리를 이끌던 수컷 캥거루와 펜스를 사이에 두고 투닥투닥 싸움이 났습니다. 사육사들은 ″세로가 관심을 보이려고 한 거지, 공격성을 보이려 한 건 아니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심지어 세로는 잘 먹지도 않아 사육사들이 끼니를 챙겨주다 늘 녹초가 됐다고 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그러다 벌어진 한낮의 대탈출 </strong>
어제 오후 2시40분쯤 탈출 당시 세로는 자기 키보다 큰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말 그대로 쏜살같이 도망쳤습니다. 사육사들도 나중에서야 CCTV로 탈출 장면을 확인했을 뿐, 도망 나간 순간엔 너무 빨리 달려나가 어디로 갔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그러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격전을 벌여, 한바탕 소동 끝에 주택가 근처에서 세로를 무사히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온 세로는 지금은 내실에서 건강을 회복 중입니다. 조경욱 팀장은 ″다리에 살짝 까진 상처가 있지만 자연적으로 치료되는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조 팀장은 ″얼룩말이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인데 혼자 지내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동물원 측은 기존 1.3m의 울타리를 더 높이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외로웠던 세로, 곧 장가갑니다″ </strong>
그런데 뜻밖의 반가운 소식! 세로가 곧 새 가족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동물원 측에서 이미 작년에 암컷 얼룩말을 세로의 짝으로 점지해 둔 겁니다. 다만 약혼녀 얼룩말이 아직은 조금 어려서 엄마 품에 좀 더 있도록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동물원 측은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암컷 얼룩말을 데려와 짝을 지어줄 예정입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 잃고 외로웠던 세로, 결혼하고 새신랑이 되면 이젠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