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송기성

'닥치고 공부' 이정효 감독‥"보물 1호는 노트북"

입력 | 2023-04-07 14:42   수정 | 2023-04-07 14:42
감독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25승 11무 4패 ′승점 86′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광주FC를 K리그2 정상의 자리에 올린 이정효 감독.

승격 첫 해 미디어데이부터 유니폼을 거꾸로 입고 나타난 데 이어 지난 달 FC서울과의 2라운드에서 0대 2로 패한 뒤 남긴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게 졌다는 게 제일 분하다″는 이 한 마디로 K리그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광주의 성적표다.

′초보 감독이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강한 압박과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팀 득점 공동 4위, 최소 실점 2위를 달리며 현재 순위 5위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지난 13년 동안 승격과 강등을 반복했던 ′만년 하위팀′ 광주였지만 ′잔류 그 이상′을 기대하게 만든 이정효 감독을 ′광주축구전용구장 숙소′에서 만나봤다.

다음은 이정효 감독과의 일문일답.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숙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노트북과 대형 모니터다. 어떤 용도인가?</strong>

A. 나의 모든 게 담겨 있는 노트북이다. 코치 시절부터 모아놓은 데이터들이 다 저장되어 있는 거라서 없어서는 안 될 ′보물 1호′다. 훈련 영상을 편집해서 선수들과 공유도 한다. 선수들을 성장시키려면 계속 좋은 정보를 줘야 하는데 ′내가 감독이 되면 이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바로 실행에 옮겼다. 숙소 앞에 24시간 카페가 있는데 거기서 전력분석 코치들과 연구도 많이 한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그랬더니 정말 선수들이 본인의 생각대로 잘 움직여주던가?</strong>

A. 지난해 함께 했던 선수들은 이미 내 축구를 다 알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을 이해시키는 데 손이 좀 많이 가긴 했는데, 동계 훈련을 일찍 시작해서 지금은 다들 적응이 끝난 것 같다. 가끔 아사니가 예전 버릇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있어서 혼나기도 하는데 그래도 골을 많이 넣어서…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평소에 계획적인 편이신 것 같은데, 미디어데이 당시 ′이으뜸 유니폼′을 뒤집어 입은 것도 다 계획에 있었나?</strong>

A.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다. 이으뜸 선수가 동계훈련 때부터 준비를 잘했는데, 개막을 열흘 앞두고 큰 부상을 당했다. 나이도 있고 부상이 심했기 때문에 ′과연 돌아와서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선수를 위로해 줄 수 있을까, 말로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옮겨야겠다′ 해서 과감하게 한 번 했다. 이으뜸 선수도 ″완전 감동이었다″고 연락이 왔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미디어데이 만큼이나 FC서울전 이후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게 져서 분하다″는 발언으로 더 주목받았는데?</strong>

A. 솔직히 그 당시에는 정말 분했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제 감정을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 하다보면 타인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나 자신에게 책임감을 더 부여한 거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스스로가 낭떠러지로 지금 밀어놨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책임을 져야 한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최근 광주에 눈에 띄는 선수가 많다. 특히 인천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은 이희균 선수를 격하게 안아준 이유가 있나?</strong>

A. 지난해 이희균 선수는 마무리 능력이 2% 부족한 선수였다. 선수 시절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말 좋은 잠재력과 기술을 갖고 있는데 성장이 더딘 이유가 뭘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동계훈련 때 자존심을 한번 건드려봤다. ′너는 간이 있냐? 무슨 정신으로 축구를 하냐?′ 조금 심하게 자극을 줬는데 오히려 주눅 들지 않고 대드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내가 웃었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개막 후에도 공격포인트가 없어서 조금 걱정했는데 인천전에서 딱 골을 넣자마자 내가 더 좋아서 충동적으로 선수에게 달려갔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광주에 연령대별 대표팀 선수는 많은데, 아직 A대표팀 선수는 없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추천하고 싶은 선수가 있나?</strong>

A. 아무래도 엄지성 선수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정호연 선수도 괜찮을 것 같다. ′버릴 게 없는 선수′다. 축구에 대해서 공부도 많이 하고 몸 관리도 잘 해서 하루하루 성장하는 속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빠르다. (정호연은 올 시즌 첫 ′이달의 영플레이어′에 선정됐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이정효식 축구′는 한 마디로 어떤 축구인가?</strong>

A. 우리는 ′이기는 축구′다. 지키는 축구, 비기는 축구가 아니라 골을 넣어서 이기는 축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다음 경기가 기대가 되는 축구, 과정이 중요한 축구를 하고 싶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전술 완성을 위해 해외축구도 많이 참고하나?</strong>

A. 지도자 성향을 많이 본다. 수비적으로 하는 팀은 잘 안 보고 공격적인 팀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한다. 아스날의 아르테타 감독,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 니겔스만 감독을 참고한다. 일본 J리그도 요코하마나 삿포로 경기는 챙겨본다. 각 팀마다 좋은 점이 있으면 가져오려고 하고 우리 팀에 구현해보려고 한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와 팬들에게 한 마디 남겨달라.</strong>

A. 지난해 K리그2에 있을 때 선수들에게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K리그1에 올라갔을 때 바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즌 앞두고 ′잔류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팬들에게는 즐거운 축구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광주축구전용구장 1만 석이 꽉 차는 날을 만들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