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윤성철
대지진이 강타한 시리아의 폐허 속에서 기적처럼 태어난 아기에게 전 세계에서 입양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 신생아는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만삭의 임산부가 마지막 힘을 짜내 출산한 아기로, 탯줄이 달린 채 발견돼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아기가 구조된 시점은 지진이 발생한 지 10시간 만이었고, 아기는 출생 후 약 3시간 동안 방치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이의 어머니는 숨졌습니다.
BBC는 현재 아기가 치료받고 있는 시리아 아프린의 어린이병원에는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문의하는 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다고 전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도 이 아이를 입양할 방법을 묻는 글이 수천 개 가량 올라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쿠웨이트의 한 TV 앵커는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나는 이 아이를 입양해 돌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병원에 옮겨졌을 때 몸 곳곳에 멍이 있었고 숨쉬기도 힘들어했던 아기는 현재 안정된 상태라고 의료진은 전했습니다.
의료진은 아기에게 아랍어로 기적을 뜻하는 ′아야′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병원 관리자인 칼리드 아티아 박사는 당장 아야를 입양시키는 데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현재 출생 뒤 4개월 된 딸을 두고 있는 아티아 박사의 아내는 딸에게 모유를 수유하면서 아야에게도 함께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아티아 박사는 ″나는 지금 누구도 이 아이를 입양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며 ″아이를 맡긴 친척이 돌아올 때까지 내 자식처럼 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야의 고향인 시리아의 작은 도시 진데리스에서는 이재민들이 가족과 친척 생환을 바라며 잔해 더미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BBC에 따르면 이 지역은 이슬람 무장단체 지하드 동맹과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반군 파벌이 점령한 곳입니다.
오랜 내전으로 삶의 터전이 피폐해진 탓에 지진 발생 전에도 주민 약 410만 명이 국제기구의 인도적인 지원에 의존해 왔습니다.
주민들은 유일한 국경통제소 바브 알하와를 통해 유엔의 구호물자를 받을 수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지진으로 이 통로가 파손되면서 이 마저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유엔 시리아 구호 담당자 엘 모스타파 벤람리는 ″이번 지진이 시리아 국민 109만 명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나라 전체가 ″위기 위에 또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