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정연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축구장 절반 정도 되는 넓은 공터에 1천 발이 넘는 포탄과 미사일 잔해가 줄지어 놓여있습니다.
바로 ′미사일 공동묘지′입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시설과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전쟁범죄 증거 수집을 위해 하르키우 검찰이 미사일 공동묘지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5천여발의 순항미사일과 수많은 포탄을 발사했는데 그 중 상당수가 하르키우의 민간시설에 떨어졌습니다.
현지 검찰은 시내 건물과 거리 등에 박혀있던 포탄과 미사일 잔해를 하나씩 수거해 등록한 뒤 미사일 묘지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미사일 묘지로 옮겨진 수집물의 약 95%가 ′스메르치′ 시스템을 포함한 러시아제 다연장로켓포 포탄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중에는 2008년 국제조약으로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 잔해도 있습니다.
하르키우 당국은 언젠가 이 포탄 잔해들이 전쟁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박물관 전시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하르키우 검찰 대변인 드미트로 추벤코는 ″이 포탄들은 모두 하르키우 시내에서 발견됐지만 실제 우리에게 발사된 것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이것들이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증거물로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어진 민간인 대상 전쟁범죄를 조사하는 데 포탄 잔해 수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잔해에는 포탄 제조업체를 나타내는 코드, 보관과 유지보수를 담당한 군부대 등이 표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르키우 검찰은 발사된 포탄의 종류와 비행경로, 탄착지점 등을 분석해 알렉산드르 주라블료프 중장을 포함한 수십 명의 러시아 군인과 관리들을 조사 대상으로 확정했습니다.
지난 2016년 시리아 파견 러시아군 사령관을 맡아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으로 악명을 떨쳤던 주라블료프 중장은 하르키우에 대한 스메르치 다연장로켓포 공격을 명령한 지휘관으로 지목됐습니다.
올렉산드르 필차코프 하르키우 검사장은 관내에서만 수천 건의 전쟁범죄에 대한 형사소추가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하르키우 당국은 시내와 인근 지역에서 44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천700여 명의 주민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역에선 8천2백여 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모두 2만 2천 명에 가까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