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3-05 21:49 수정 | 2024-03-05 21:49
5일 밤 PD수첩 <나의 죽음에 관하여>에서는 조력 사망에 대한 윤리적, 범적 담론을 심층 조명했다. 지금까지 스위스에서 조력 사망한 한국인은 최소 12명에 이른다. 이들은 왜 스위스로 가야만 했을까? 제작진은 그들의 흔적을 쫓았다.
지난해 말, 이명식 씨와 그의 딸은 조력 사망을 허락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직장 생활을 마치고 제주에서 새 삶을 계획했던 이 씨는 상세 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한 뇌척수염으로 하반신 마비와 환상통에 시달리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 최대 용량 처방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다. 극단적인 생각에 떠밀리던 이 씨는 스위스의 조력 사망 단체를 알게 되면서 한 줄기 희망을 얻었지만, 딸의 도움 없이는 스위스로 갈 수 없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b style=″font-family:none;″><I>“너무 힘들어서 자살해야겠다고 하면 나를 찌르는 것밖에 없거든. 이거를 가족이 처리해야 되나 그런 거. 그걸 내가 남겨줘야 되나? “_이명식 씨</I></b>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중요한 논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두 여성의 이야기 영화 <소풍>이 지난 2월 개봉했다. 주연 배우 김영옥, 나문희 씨는 영화 촬영을 하며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고 전하며, 나문희 씨는 최근 사별한 남편을 회상하며 조력 사망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20년 이상 말기 환자들을 돌본 의사 에리카 프레지크 씨는 현재 스위스 조력 사망 단체 <라이프서클>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에리카 씨는 조력 사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며, 가족들에게 작별을 고할 기회와 시간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력 사망을 허용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안규백 의원 등 1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른바 <조력존엄사법>이다. 해당 법안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일 경우 본인이 희망하면 조력 사망을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된 후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스위스는 조력 사망이 허용되는 국가이지만, 최근 2년 전 스위스 의학 아카데미는 조력 사망의 요건을 강화하는 지침을 내놓았다. 이는 환자를 죽음으로 떠밀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루어진 조치이다. 조력 사망 단체 <디그니타스>를 통해 생을 마감한 외국인은 3,400여 명이 넘으며, 한국인 회원도 1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사회는 죽음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일까? 조력 사망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