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9-09 11:07 수정 | 2024-09-09 11:15
어제(8)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의 공연.
공연 3막. 테너 카바라도시 역의 유명한 아리아가 ′별은 빛나건만 E lucevan le stelle′이 끝나자 ′브라보′ 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박수가 계속됐습니다.
극의 흐름을 이어가려 박수 소리에 반응하지 않던 테너 김재형은 고개를 들어 인사하더니 다시 한번 같은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공연이 끝나지 않은 중간에 앙코르곡을 부르게 된 겁니다.
그때였습니다.
주인공 토스카 역의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갑자기 무대에 나와 손을 흔들고 시계를 가리키는 동작을 했습니다.
게오르규는 이어 지휘자에게 곡을 멈추게 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독창회가 아닙니다! 공연이죠! 나를 존중해주세요!″
공연 중 앙코르에 대한 강력한 항의였습니다.
다음 장면은 남자 주인공 카바라도시와 여자 주인공 토스카의 애절한 재회.
공연이 이어지긴 했지만, 관객들의 몰입도는 이미 깨진 뒤였습니다.
통상 오페라에서 극 중 앙코르가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타 성악가들에게는 종종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1994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토스카′ 공연 중 앙코르를 불렀고 2008년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연대의 딸′ 중 극고음으로 유명한 ′아! 친구들이여′를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앙코르로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립오페라단의 투란도트 공연 당시에도 테너 이용훈이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마라(Nessun dorma)′를 앙코르를 한 바 있습니다.
게오르규는 공연이 모두 끝난 후 무대 인사 커튼콜에서도 자신의 등장 차례에 한참 동안 나오지 읺았고, 뒤늦게 스카르피아 역 사무엘 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등장했지만 관객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다시 무대 뒤로 들어갔습니다.
사전 합의되지 않은 공연 중 앙코르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출연자가 공연을 중단시키며 청중 앞에서 소리를 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게오르규는 지난 201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세계적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을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한 번 더 부르자 그 후 재회 장면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토스카′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제작한 것으로, 5일과 8일에는 안젤라 게오르규가, 6일과 7일에는 소프라노 임세경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게오르규는 1992년 런던에서 오페라에 데뷔한 이래 강력한 카리스마로 세계를 사로잡았던 소프라노로 마리아 칼라스를 잇는 뜨거운 소프라노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2022년 데뷔 30주년 기념으로 선택했던 작품도 ‘토스카’였습니다.
공연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역대급 깽판이었다″, ″커튼콜은 상처였다″ 등의 불만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안젤라 게오르규 측에 강력하게 항의를 전달하고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녀가 사과에 나설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