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준희

대법 민사사건 절반은 '소송왕 정 씨'가 제기‥5년간 3만 7천 건

입력 | 2024-09-22 09:08   수정 | 2024-09-22 09:10
대법원이 심리 중인 민사 소송 중 절반은 무분별하게 소송을 내는 ′소송왕′ 한 사람이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대법원이 심리 중인 민사 사건은 총 7천283건인데, 그중 정 모 씨가 낸 소송이 3천830건으로 52%에 달합니다.

2년 이내 미제 사건으로 좁히면 전체 4천154건 중 3천829건, 92%가 정 씨의 소송입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정 씨는 2016년부터 법관과 법원 공무원, 보험 회사 등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다량의 소송을 제기한 ′소권 남용인′입니다.

정 씨는 소송을 제기할 때 내야 하는 인지·송달료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소송이 각하되면 불복해 항소하고, 대법원판결에는 재심 청구를 하는 바람에 사건이 계속 증식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정 씨가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대법원에 제기한 사건은 총 3만 7천425건이며,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에도 각각 1만 5천937건과 1만 4천328건을 제기했습니다.

이 같은 소권 남용은 법원의 행정력 낭비를 초래해 재판 지연으로 연결되며, 법원의 통계가 왜곡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대법원의 올해 상반기 민사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13.9개월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에는 8개월, 2022년 11.7개월, 지난해에는 7.9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재판 지연이 심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정 씨가 제기한 사건들을 제외하면 오히려 평균 처리 기간은 올해 상반기 4.2개월로 크게 줄어듭니다.

2021년 4.7개월, 2022년 4.9개월, 지난해 4.4개월과 비교하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민사소송법이 개정돼 지난해 10월부터는 소권 남용인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접수를 보류할 수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