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조희원

임의로 영상 신문하고 녹음파일 증거로 유죄선고‥대법원 "위법"

입력 | 2024-10-03 11:19   수정 | 2024-10-03 11:20
임의로 영상 증인신문을 한 뒤 녹음 파일을 증거로 사용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습니다.

대법원 1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대학교수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최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피의자인 교수는 학교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유령 조교 2명을 등록하고 조교 명의 장학금 742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조교들의 진술이 필요했는데, 교수 측이 한 조교의 증언을 증거로 쓰는 것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인을 법정으로 직접 불러 증언을 들어야 했는데, 조교는 해외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신문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1심 재판부는 이 조교와 관련된 범행에 대해서는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범행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이 조교를 상대로 영상 증인신문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2020년 9월 증인신문이 성사됐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증인신문 당시 녹음한 파일과 그에 대한 녹취록을 증거로 교수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거나 증거조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옛 형사소송법은 ′피고인과 대면해 진술하는 경우 심리적인 부담으로 정신의 평온을 현저히 잃을 우려가 있는 자′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영상 신문을 허용하는데, 증인인 조교는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재판부가 일종의 편법으로 증거를 제출받았다며,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어긋나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