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재웅

'468호' 낚은 팬, 강성구 씨 "저는 최정 아웃시킨 최초의 일반인"

입력 | 2024-04-25 17:58   수정 | 2024-04-25 18:09
최정은 통산 468호 홈런을 기록하면서 KBO리그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기게 됐습니다. 홈런 기록 자체로도 의미가 깊지만, 최정의 홈런공을 직접 잡아낸 관중 역시 범상치 않은 인물이어서 경기 직후부터 야구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습니다.

홈런공을 잡은 주인공, 강성구 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홈런공을 잡았을 때부터 강 씨의 모습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신 분이 있으시다면, 그 느낌이 그리 잘못되지 않았음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그 기운을 담은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어제 홈런공을 잡으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strong>
A. 제가 잡을 줄 상상도 못했어요. 경기 전에 아내한테는 ′내가 꼭 잡아서 SSG 스프링캠프 현장에 가고, 스타벅스도 1년 내내 먹겠다′고 큰소리는 쳤는데 막상 잡게 될 줄 몰랐어요. 너무 기분이 좋은 것 같고 지금도 아직 얼떨떨합니다. 꿈인 것 같고 뭐라고 말을 못 하겠네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최정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로 돌아가보시죠. 그 상황을 떠올려 주신다면?</strong>
A. 제가 앉은 자리가 경기장 조명이 바로 딱 들어오는 자리더라고요. 그래서 ′글러브로 조명을 가려야 하나′ 이 생각을 조금씩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최정 선수가 친 타구의 ′탄도′가 저한테 좀 낮게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 내 앞에 떨어지겠다, 떨어지겠다′ 했는데 최정 선수가 아직 힘이 팔팔하신 건지, 공이 뻗어서 저한테 딱 들어오더라고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원래는 사직야구장을 많이 가시는 분이 아니었다고 들었어요. </strong>
A. 사실 저는 야구장에 갈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 SSG가 경기를 온다는 소식을 듣고, ′SSG면 최정 홈런볼′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SSG와 롯데의 3연전 첫날 갔는데 우천 취소가 됐어요. 그 다음 경기도 사실 제가 갈 수 있는 상황인데 안 가는 건 또 기회를 버리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경기 당일 또 예매를 했고 오전에 회사에서 2023년도 최정 선수 홈런 방향을 좀 찾아봤어요. 그리고 올해 다른 구단 선수 홈런 위치도 파악했어요. 사실은 사이드 쪽에 앉고 싶었는데 사이드는 다 예매가 돼 있었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중간에 아무도 없는 곳으로 예매를 해야 (좌우로) 이동해서 잡을 수 있겠다 싶어서 중간 자리로 예매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홈런공을 깔끔하게 잡은 실력도 화제였어요. 사회인 야구를 실제로 하신다면서요?</strong>
A. 2016년부터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고 주 포지션은 좌익수입니다. 다행히도 외야 플라이는 많이 그래도 좀 잡아봐서 어렵지 않게 공을 피하지 않고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체공 시간이 길다 보니까 아마 힘이 떨어질 때쯤 저한테 공이 온 것 같아서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것 같고 딱 이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진짜 슬로우모션 걸린 것처럼 공이 ′웅웅웅′ 이렇게 오더라고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실제로 꿈도 야구 선수였다고요. </strong>
A. 중학교 때 야구를 처음 접하고 야구 선수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 어머니께 야구부 있는 중학교로 전학 가면 안 되냐고 졸랐어요.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무슨 큰일 날 소리냐! 취미로 할 때가 좋은 거야.′라고 말씀하셔서 꿈을 접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마음에 상처가 나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머니께도 감사드립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홈런공을 잡기 위해 최근에 쓰레기를 줍기도 하셨다고요?</strong>
A. 오타니가 쓰레기 줍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저도 부산 사무실에서 커피 믹스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줍고 이런 걸 좀 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경기 전날에도 집에 가는데 문 앞에 전단지들이 많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문득 이거라도 주우면 홈런공을 잡을 수 있으려나 싶어서 주워서 집에 가다가 버렸는데 그때 그 열심히 모았던 운이 그날 저에게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전단지 버린 분께 한 마디 전한다면?</strong>
A. 전단지를 버려주신 덕분에 제가 홈런볼 이렇게 잡아서 이렇게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가족은 서울에 있는데, 직장은 또 부산에 있고, 응원하는 팀은 SSG가 아니라 KIA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나요?</strong>
A. 저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그래서 KIA 팬이 되었고, 대학교 이후 서울에서 살고 있고 부산에는 지금 일하러 잠깐 내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아니지만 동생이 SSG 팬이에요. 어제 댓글들을 보니, 중계화면을 본 분들이 ′아들이 롯데 팬 아니냐′고 하시는데 그 아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제 아들은 KIA 팬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홈런볼을 잡은 기쁨도 있지만 KIA 팬으로서 미안한 마음도 드셨다는 인터뷰가 화제였어요. </strong>
A. 저번 주에 KIA 크로우 선수의 공에 최정 선수가 맞아서 대기록이 본의 아니게 한 일주일 정도 미뤄졌는데요. KIA 경기에서 다쳐서 KIA 팬으로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고요. 그래도 금방 회복하셔서 다행히도 경기 오셔서 또 홈런 신기록까지 세우셔서 KIA 팬으로서 또 KBO 팬으로서 너무 다행으로 생각하고 축하드리게 되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KIA 팬이면 경품에 들어있는 SSG 시즌권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strong>
A. 동생이 SSG 팬이어서 시즌권은 동생이랑 조금 이야기를 좀 해볼 생각이고요. 다만 스프링 캠프는 제가 너무 가보고 싶었거든요. 프로 선수들 연습하는 것도 보고 싶고 관계자분께 물어보니까 연습 경기 일정 맞춰서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팀이랑 연습하는 것도 보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그렇다면 경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무엇일까요?</strong>
A. 당연히 스타벅스죠. (메뉴는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저는 ′얼죽아′입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매일 먹을 생각입니다. 살쪄서 칼로리 없는 아메리카노로 먹으려고 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최정 선수한테 메시지를 남기신다면요?</strong>
A. 최정 선수 홈런 신기록 세우신 거 너무 축하드리고요. 저랑 같은 2005년에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는데 지금까지 오랫동안 야구하신 게 자기 관리 너무 철저하신 것 같아서 존경스럽기도 하고 본받을 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 선수 생활 동안 500홈런까지 달성하셔서 KBO 역사에 길이길이 남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정 선수 파이팅!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Q. 선수뿐 아니라 팬으로서도 KBO리그 역사에 남게 되었는데,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세요?</strong>
A. ′최정을 아웃시킨 최초의 일반인′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 Q.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분이 있나요?</strong>
A. (아내) 혜민아, 네가 그렇게 홈런볼 잡을 거라고 못 잡을 거라고 코웃음 쳤지만 나 잡고 왔다. 사랑한다. (아들) 세현이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