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13 10:41 수정 | 2024-06-13 10:49
이현중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따라 다닙니다. 2m가 넘는 큰 키에 정확한 외곽슛을 갖춰 한국 농구를 이끌 스타, 희망으로 불립니다. 동시에 도전의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정착하기 수월한 국내 무대 대신 스테픈 커리의 모교인 데이비슨 대학 유학으로 NBA 진출에 도전했습니다.
2년 전 NBA 드래프트를 앞두고 당한 부상에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말 그대로 농구를 쉬지 않았습니다. 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 이어 유망주들이 모이는 ‘서머리그’에도 나섰습니다. 곧장 우리 선수로는 처음 호주 프로 무대를 누볐고, 호주 시즌이 끝나자 일본에서도 16경기에 나섰습니다. NBA라는 꿈을 위해 쉼업이 전진하는 농구선수 이현중을 만났습니다.
Q. 한국에서 짧은 휴가를 보내시는 중에도 농구하는 영상을 올리셨더라고요. 1년 내내 농구만 했는데 쉬고 싶지 않았나요?
A. 새벽부터 운동했어요. 오전에는 근력 운동하고, 삼성의 김효범 감독님과도 훈련했고요. 경기하면 할수록 부족한 점도 보이고 또 농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이렇게 훈련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즐겁더라고요.
Q. 2년 전 드래프트를 앞두고 다친 직후에 ′단단해지는 시간′이었다고 했는데, 지난 1년은 어땠나요?
A. 부상 이후에 정상적인 몸 상태에 오기 전까지 거의 1년 넘게 걸리더라고요. 좌절은 했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고 그 부상이 없었더라면 또 제 마음가짐은 지금이랑 또 달랐을 겁니다. 지난 1년은 정식으로 프로에서 뛴 첫 시즌이었어요. 출전 시간이 많을 때도 적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 감정적으로 휩싸이지 않는 법이나 어떻게 하면 다음 경기를 100% 준비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을 배웠습니다.
Q. 일본에서 활약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내외곽 가리지 않고 마음껏 플레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A. 오사카 감독님이 자유로운 역할을 주셨고, 동료들도 믿어줘서 부담 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볼 핸들러 역할도 하고, 30분 이상 경기에 뛸 수 있는 체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습니다.
Q. 일본에서 3점 슛 정확도가 37.5%였습니다. 타이밍도 빨라지고 스탭백 3점에, 먼 거리에서도 정확해진 느낌이었습니다.
A. 미국과 호주에서 뛰면서 저만의 기술이 있어야 팀 동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김효범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외곽에서 기술을 늘려서 스스로 득점을 창출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일본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인기도 대단했습니다.
A. 경기장에 한국어로 쓰인 플래카드가 있었어요. 한국 팬인가 했는데 일본 분들이 쓰신 게 더 많더라고요. 경기 끝나고 한국어로 된 편지도 주시고요. 구단에서는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와달라고 했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Q. 스스로 약점으로 생각했던 게 수비였는데 발전을 했을까요?
A. 현대 농구는 골밑 자원들도 외곽에서 수비하고, 가드 선수도 골밑을 막을 줄 알아야 많이 기용되는 추세 같아요. 지금 목표는 그냥 1번(포인트 가드)부터 5번(센터)까지 다 막고 싶은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서 그런 쪽으로도 몸을 많이 키우고 있어요.
Q. 이현중 선수 덕인지 WKBL에서 뛰던 박지수, 박지현 선수도 해외 무대에 도전합니다.
A. 그 기사를 보고 너무 좋았고 두 분에게 감사했어요. 저는 한국 리그에서 뛴 적이 없는데 두 선수는 WKBL에서 정상을 찍었잖아요. 모든 걸 내려놓고 가는 게 사실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보다 더 위험이 큰 도전을 한 것 같아서 정말 존경합니다. 한국 프로에서 뛰고 해외 생활도 꿈꿀 수 있는 그런 길을 열어주신 것 같아서 정말 너무 감사하죠.
Q. 프로 스포츠 중 유독 농구에서 해외 진출이 적은 것 같아요.
A. 모든 스포츠가 어렵겠지만 농구가 그만큼 더 어려운 게 아닌가 싶어요. 미국 말고 스페인, 호주도 되게 높은 리그거든요. 다른 종목은 다 선구자가 있으시잖아요. (NBA에 진출했던) 하승진 형이 있어서 제가 완전한 선구자는 아니지만, 새로운 길을 여는 사람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이런 길이 있다는 걸 알리려고 도전하는 건 아니지만, 저 같은 마음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Q. 곤란한 질문일 수 있는데 ′연봉 10억 원 KBL vs 5천만 원 NBA′ 중에 하나를 골라주신다면요.
A. 저는 연봉 5천만 원 NBA요. 물론 안 믿으실 수도 있어요. 제가 지금 어려서 그런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 무대에서 한번 뛰어보고 다양한 선수들과 경험하고 싶어요. 또 연봉이 5천만 원이면 더 배고픈 정신으로 할 거고요. 당장 이익이 덜하더라도 높은 무대로 가는 게 나중에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Q. ′매 시즌 우승하는 KBL팀의 에이스 vs 중하위권 NBA 팀의 후보선수′ 중에 고르면요?
A. 우승을 많이 하는 것도 정말 좋지만, 성적이 올라가면 어떤 기분일까도 좀 느껴보고 싶어요. 호주 리그에서도 저희팀 일라와라가 초반에 2승 7패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싶은 그런 마음이 생기는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후자가 더 성장하지 않을까요?
Q. 계속 NBA에 도전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도전할 생각인가요?
A. 저는 과거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 말고 현실에 대해서 집중하자 이런 생각이어서 사실 그 나이를 딱 정해둔 건 없습니다. 시점을 생각하면 생각도 많아지고 부담감도 커질 것 같고요. 제가 더 잘할 수도 못 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최대한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A. 사실 보장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시험 준비하는 수험생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NBA 서머리그에 도전해보고 또 부딪혀 봐야죠.
Q. 미국에서 만약 잘 안 되면요?
A. 호주리그 계약이 2년 남아 있고요. 호주리그 끝나고 제 이목을 끄는 리그가 있으면 또 도전 해보고요. 솔직히 제가 뭐 이걸 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어서 그냥 현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냥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고 현재에 집중을 다 하겠습니다.
Q. 언젠가 NBA 무대를 밟는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A. 대한민국 농구의 위상을 다시 올리고 싶어요. 이건 개인적인 거지만 그냥 행복하게 농구 하고 싶습니다. 그 무대에서 오래 살아남고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요. 저는 사실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것보다 제가 재밌자고 하는 거여서 그냥 즐기면서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