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재웅

'황희찬이야, 송성문이야?' 키움 주장의 대변신

입력 | 2024-07-05 16:21   수정 | 2024-07-05 16:24
<b>″야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뭐라도 해보려고 했다″.</b>

비시즌 동안 보디빌더 같은 몸을 만들었던 키움 송성문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밝힌 ′몸짱이 된 이유′입니다. 겨우내 몸 관리 안 하는 선수가 있겠습니까마는, 저는 그 말에서 남다른 독기를 느꼈습니다. 2021년 전역 후 세 시즌을 치렀지만 성장세는 더뎠던 송성문. 어느덧 프로 10년 차인 올해만큼은 남다른 의지를 갖춰야만 했을 겁니다.

전반기가 이제 막 끝난 현재, 송성문의 10번째 시즌은 매우 성공적입니다. 6월 한 달간 4할을 웃도는 맹타를 휘둘러 3할 5푼의 시즌 타율로 리그 3위, 국내 선수 한정 1위를 달리고 있는데요. 조심스레 3루수 골든글러브 후보로까지 언급되지만, 송성문은 극구 손사래를 쳤습니다. 대신, 올 시즌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새롭게 생긴 목표가 무엇인지 당당히 밝혔는데요. 지난 3일 LG전을 앞두고 송성문 선수와 나눈 이야기 소개해드립니다.

Q. 올 시즌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데요. 자신이 생각하는 비결은요?
A.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예전보다 책임감이 생긴 것 같아요. 잘 친다고 해서 들뜨지 않고 매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대체 선발로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에도 나서게 됐어요.
A. 부상 선수가 생겨서 가는 거지만 사실 올스타전 꼭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 기대도 하긴 했거든요. 올스타전은 잘하는 선수들이 가는 무대인 만큼 예전에는 못 가더라도 크게 실망하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이번에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가게 돼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Q. 6월 MVP 욕심도 났을 거 같은데 김혜성 성적도 대단하긴 했어요. 후보에 못 들어서 아쉽진 않았나요?
A. 혜성이가 저보다 앞의 타순인데 너무 잘 치는 걸 많이 봐서 6월 MVP 후보에 못 들어서 아쉽다는 생각은 진짜 하나도 안 했어요. 도슨이나 주형이나 좋은 타자들이 앞 타순에 3명이나 있다는 게 저에게는 되게 복인 거 같아요.

Q. 김혜성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지 한 달 됐는데 경기력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주장할 때 이기면 더 기분이 좋고, 지면 마음이 더 무거운 거 같아요. 팀이 이기기 위해서 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거 같습니다.
Q. 비시즌에 벌크업 제대로 했잖아요. 벌크업 효과도 있는 건가요?
A. 벌크업도 벌크업인데, 체지방이 많이 빠졌거든요. (체지방률이) 10~11%에요. 체지방률이 많이 떨어져서, 뛸 때나 수비할 때, 타석에 들어설 때 순간적인 스피드가 많이 생겼어요. 그게 가장 큰 변화죠. (식단 관리를 혹독하게 한다고요?) 그냥 ′더티푸드′만 안 먹는 것 같아요.

Q. 비시즌에 허문회 전 감독을 찾아가 타격 레슨을 받았다고 하던데요.
A. 시즌 중에는 키움에 계시는 타격 코치님들께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아왔어요. 비시즌에는 팀 코치님들과 훈련을 할 수 없어서 개인적인 타격 레슨장을 차린 허문회 전 감독님을 찾아갔어요. 제가 2군에 있을 때도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거든요.

Q. 다녀온 뒤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A. 제 원래 타격폼은 오른쪽 어깨가 굉장히 빨리 열려서 ′벽′이 되게 빨리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힘 전달에 있어서 되게 많은 손해를 보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고치려고 했어요. 제가 십몇 년 동안 야구를 했으니 바로 변화가 생기진 않았고요. 2,3년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올해 ′내 것이 됐다′ 생각이 들었어요.
Q. 수비도 이야기해 볼게요. 실책이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일취월장했습니다.
A. 수비는 ′실수를 통해서 얻는 경험′과 자신감이 중요한 거 같아요. 수비에 대한 자부심이 작년부터 조금씩 생기고 있었는데, 제가 선호하는 건 화려한 수비보다는 안정적인 수비거든요. 내 수비로 팀원들이나 감독님, 코치님, 팬분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비로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신경을 쓰진 않았는데 올해 여유도 경험도 쌓이다 보니 실책이 적어진 거 같아서 많이 뿌듯합니다.

Q. 올 시즌 인터뷰할 때도 그렇고 유독 절실함을 많이 드러내는 거 같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A. 신인 때 입단하고 2~3년은 2군에서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제가 내는 성과에 비해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제 나이도 스물 후반이 됐고.. 제 스스로도 발전이 없는 게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감독님과 키움 구단이 많은 기대를 품고 기회를 줬는데 그거에 부응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그런 기대가 줄어드는 순간, 출전 기회는 줄어든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올해만큼은 비시즌부터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 ′팀 승리에 무조건 기여하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죠.

Q. 화제가 된 인터뷰가 하나 더 있어요. ′김도영 정도 치면, 실책 개수는 상관없지 않냐′고 말했던데요.
A. 저도 어릴 때는 굉장히 수비를 못한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어요. 입단할 때부터 그런 평가를 듣던 선수였고 저 때문에 진 경기도 많을 정도로 실수를 많이 했었는데요. 그런 실수를 계속 신경 쓰면, 수비할 때 심리적으로 나락과 구렁텅이에 빠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김도영에게) 좀 편한 마음으로 ′그 정도 치고 있으면 그냥 자신 있게 (수비)해도 된다′ 약간 그런 의미로 좀 얘기했던 것 같아요.
Q. 송성문이 바라보는 김도영은?
A. 그 나이에 그렇게 하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탈인간계′ 약간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아직은 김도영 선수랑 좀 친한 편은 아니어서 딱히 얘기는 안 했는데 이번에 올스타전 가면 말 좀 걸어봐야죠.

Q. 3루수 골든글러브 욕심도 있나요?
A. 그거는 이미 끝난 것 같고요. 하하. 저는 시즌 잘 끝까지 마무리해서 팀도 좀 더 높은 순위에서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인 것 같아요.
Q. 키움은 어린 선수가 많잖아요. 어린 선수들과 함께할 때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는지 궁금해요.
A. 일단 주장으로서 가장 큰 목표는 다시 키움이 강팀 반열에 올라가는 거여서요. 야구 외적인 부분은 다들 너무 애들이 다 착하고 해서 말도 잘 들어요. 앞으로 키움이 강팀이 될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또 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만 잘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Q. 키움 팬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한다면.
A. 저희가 아직 순위는 좀 쳐져 있지만 중위권이랑 큰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후반기 준비 잘해서 팬분들이 원하시는 가을야구 꼭 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노력 많이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