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15 16:02 수정 | 2025-10-15 16:45
지난 9월 8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전에 없던 회의가 열렸습니다. 권익위 전원위원회 회의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출하지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공수처가 요구한 건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피습당한 뒤 있었던 이른바 ′헬기 전원′에 대한 회의록이었습니다. 2024년 7월 22일 권익위는 ′헬기 전원′을 두고 ′특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 논의과정이 담긴 거였습니다.
MBC가 입수한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니 이 사안에 대한 권익위원들의 의견차가 상당했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 ◆◆◆ 위원
정말 죄송한데, 제가 ○년 넘게 됐는데 이 사건은 여태까지 했던 사건들하고 (김건희 씨) 가방 사건하고도 다름. 국론분열 …
△△△ 위원
저도 한 말씀 드리면, 이번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습사건에서도 봤지만, 그분도 입원이라든가 치료과정은 특혜의 절차를 밟지 않았던 것 같음. </blockquote>
김건희 씨의 디올백 수수 사건과 비교하며 ″국론분열이 우려되니 종결 처리하자″는 입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피습 당시 입원과 치료에서 특혜를 받지는 않았다″는 주장이 극명하게 충돌한 겁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 ○○○ 위원
지금 계속해서 투표하시고 손들고 이럴 때 저 정말 자괴감이 듦. 나는 이렇게 해서 종결됐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표결 처리에 대해서 제가 공포감도 있음.
▲▲▲ 위원
나는 못 하겠음. 죄송함. 하여튼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함. </blockquote>
결국 두 명의 위원들이 논의 과정에서 자괴감과 공포감이 든다며 표결에 응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고, 남은 12명 위원들은 거수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 관계자들이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긴 회의록을, 권익위 외부의 수사기관인 공수처에 제출할지 회의를 하게 된 겁니다.
지난해 10월엔 민주당은 유철환 위원장이 ′닥터 헬기′에 적용되는 규정을 ′일반 소방 헬기′에 적용해 ′직권 남용′했다며 유 위원장을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9개월 만에 조사를 나선 공수처가 ′행동강령 위반′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권익위에 회의록 등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권익위는 일단 회의록을 제외한 나머지 자료부터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공수처가 재차 회의록을 요청하자 이명순 권익위 부위워장은 [회의록 제출 여부]를 아예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회부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수사기관에 회의록을 제출하는 내용을 전원위에서 논의한 건 권익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b>
이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공수처의 수사에 회의록이 필요가 없다며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 □□□ 위원
당시 위원회에서 상정된 안건에 대해 토의를 거쳐서 의결한 것인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회의록이 필요한 이유를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는 것 같고…
■■■ 위원
회의록이 수사기관의 수사에 있어 판단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제공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사안은 아닌 것 같음. </blockquote>
그러나 ″거부하면 오히려 더 언론에 크게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거나″, ″영장을 발부해서 자료 제출요구를 하면 어차피 제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습니다. 결국 권익위는 진통 끝에 회의록을 제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공수처 요청 두 달 만에 회의록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유철환 위원장 취임 이후 기록을 살펴보니 지난 24년 1월에는 서울중앙지검이 요청한 전원위 회의록을 단 하루 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원위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월엔 바로 제출했는데 올해 9월엔 제출 여부로 회의까지 열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제출을 요구한 수사기관이 검찰이냐, 공수처냐로 갈렸던 걸까요? </b>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 「국민권익위원회 회의운영규칙」
제14조(회의 기록 및 제공) ⑤ 제2항에 따라 작성된 회의록은 국회·감사원·법원 등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제공을 요구하거나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자가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경우 개인 인적사항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와 발언자 성명은 알 수 없도록 처리한 후 제공하되, 그 이외는 전원위원회 의결을 통해 제공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blockquote>
당시 회의를 소집했던 이명순 부위원장은 국회와 감사원, 법원에는 당연히 제출하게 되어 있지만, 검찰과 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이를 요구하면 전원위 의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회의록 수사기관 제출을 두고선 단 한 번도 전원위에서 논의한 적이 없는데, 왜 공수처의 유철환 위원장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만 전원위를 열었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상혁 위원은 ″전례없이 회의록 제출을 미루다가 전원위 안건으로까지 상정한 것은 유철환 위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를 방해할 목적이 명백하다″며, ″권익위 등 윤석열 정권의 전위부대 역할을 해왔던 기관들의 내란 청산 방해 행태에 대하여 엄중한 점검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헬기 전원, 김건희 씨 디올백 수수 사건 등에 대해 100%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을 이끈 권익위 유철환 위원장의 임기는 2027년 1월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