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05 17:08 수정 | 2026-03-05 17:27
<b style=″font-family:none;″> ■ 코앞으로 다가온 재판소원 </b>
대법원이 가보지 않은 길에 등 떠밀려 올랐습니다.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법, 여당이 주도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입니다. 본회의에 이어 오늘(5일) 국무회의까지 속전속결로 통과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 세계 사법 신뢰 순위까지 언급하며 숙의를 요청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고군분투가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
대법원은 그중에서도 재판소원의 경우 우리 사법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일 뿐더러, 국민의 삶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강하게 반대해왔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 대법원, 대비할 겨를도 없었던 걸까? 대비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b>
확정된 판결을 취소할 수 있게 되면 혼란이 발생한다는 게 그동안 대법원의 입장이었죠. 그렇다면 다시 말해 그 혼란이 눈앞에 다가온 셈인데도 대법원 법원행정처 내부에는 아직 이렇다 할 준비 조직이 꾸려지지 않았습니다. 행정처 심의관들도, 대법원 연구관들도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합니다. 일찍부터 TF를 꾸리고, 인적 구성을 조정해 대비한 헌법재판소와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행정처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입법을 서둘러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설득하는 데 품이 이미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굳이 TF를 꾸리지 않더라도 각 부서에서 나눠 준비하면 된다고도 합니다. 어느 판사는 ′문제없이 잘 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에서 준비를 하는 게 맞지 않냐고 반문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 ■ ″기록 넘길 때 꼼꼼히 보겠다″</b>
헌법재판소가 어떤 재판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따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헌법소원은 구두 변론이 필수가 아니어서, 당사자가 낸 서류를 먼저 봅니다. 주장을 검증하려면 기록이 필요합니다. 이 지점에서 대법원은 머뭇거립니다.
어느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재판소원을 하면 가장 먼저 발생할 문제로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법원의 재판 기록을 헌재와 그대로 공유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대법원 관계자도 공유 방식과 범위, 나아가 비실명화를 해서 공유한다면 그 주체가 어디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헌재가 그동안 자료를 받아온 방식에 비춰봤을 때 타당한 지적인지 의문이 듭니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헌재에 판결문이나 증인신문조서 등 재판 기록을 보내면서 비실명화를 한 사례는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전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던 겁니다.
또 헌재는 이미 검찰 기소유예처분 취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받아 검토합니다. 보안 유지 필요성을 따지면 재판에서의 기록보다 수사기관의 기록이 더 높지 않을까요. 윤석열 씨의 탄핵 심판에서도 헌재는 검찰로부터 12·3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피의자신문조서 등 필요한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심리에 참고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지난한 법정 싸움을 거친 당사자는 이미 대부분의 기록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재판소원 사건은 변호사 선임을 의무로 해두었기 때문에 필요한 걸 빠트릴 염려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헌재가 직접 법원에 송부를 요청할 경우는 그것만으로 부족한 때일 텐데, 아주 일부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다른 헌재 관계자는 ″법원에 기록을 요구하더라도 일부 범위에 한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헌재는 형사재판 확정판결의 경우 검찰로 기록이 넘어가는 등 기록을 갖고 있는 기관이 달라져도 송부촉탁이나 사실조회 등을 통해 기록을 확보하는 데 큰 지장이 없으리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 ■ 대법원, 어떻게 해야 할까.</b>
재판소원 내용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유예기간이 없습니다. 공포 즉시 시행됩니다. 관보 게재가 이뤄지는 날부터 재판을 둔 헌법소원 청구가 곧장 가능해지는 겁니다. 다만 법 시행 이후 첫 ′재판 취소′ 사건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시행되면 준비하겠다는 행정처 입장의 배경도 우호적으로 해석해보자면 마찬가지 관측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법은 만들어졌습니다. 밝혀온 대로 ″결과에 따라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갈″ 문제라면 이제라도 하루빨리 헌재와 협의하거나 자체 논의를 거쳐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고,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법원이 버틴다면 피해를 보는 건 일반 국민일 것이라는 걱정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