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나세웅

'빈손 귀국' 트럼프, 이란 문제 묻자 격분‥"가짜 뉴스·반역자"

입력 | 2026-05-16 11:46   수정 | 2026-05-16 11:46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박 3일간의 방중 일정을 모두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작년 4월 시작된 무역 전쟁에, AI 규제 및 반도체 수출 문제, 그리고 세계에 에너지 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두 정상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습니다. 그 어느 것도 속시원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B>9년 만의 베이징 방문에도 빈손 귀국길</B>

어제(15일) 귀국길 에어포스원에서,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는 ″훌륭한 무역 합의를 했다″며 ″역사적인 며칠이었다″고 성과를 과시했습니다. 언론들은 중국과 이란 문제에 합의한 것이 무엇인지, 중국이 해협 개방에 압력을 행사하기로 약속했는지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트럼프는 ″부탁하면 대가를 줘야 하니 부탁이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설명 자료에서 두 정상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치 이란의 해협 무기화를 한목소리로 규탄한 것 같지만, 트럼프가 기내 기자회견에서 의도치 않게 중국의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그는 시 주석이 ″이란이 해협을 폐쇄했고, 당신이 봉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비록 트럼프는 시 주석이 ″웃으며 한 말″이라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강조하려 했지만, 시 주석이 트럼프 면전에서 ′이란 뿐만 아니라 미국도 봉쇄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은 사실을 노출한 것입니다. 이번 국빈 방문 일정 내내 중국 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준비된 발언과 행사로 트럼프 일행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이란과 미국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그동안 중국이 보여온 입장과도 일치합니다. 지난달엔 중국 정부 차원에서 미국의 역봉쇄 조치를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력한 표현으로 직격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미국이 중국의 압력 행사 등 호르무즈 사태 해결 개입을 공식 요청하면 ′그 대가로′ 미국의 역봉쇄 완화를 약속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선 자충수일 수 있습니다. 폭격을 재개하는 것 외에,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협상 ′지렛대′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이 문제에서 더 진전된 결과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면전에서 ″위대한 지도자″라는 상찬을 늘어놓고도 말입니다.
<B>트럼프, 시진핑에 이란 문제 약속 못 받아</B>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에어포스원에서 시 주석이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선 안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고 미국의 입장을 지지한 것처럼 설명했습니다. 이것 역시 과대 포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 보유국인 중국이, 기존 비확산 체제를 벗어난 새로운 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트럼프 방중 직전, 중국은 이란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베이징으로 불러, 양측간 결속을 과시했고 이 자리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이란은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이란간 종전 협상의 핵심 이슈인 농축 핵물질 처리 및 반출 문제를 두고, 이란에 힘을 실어준 셈입니다.

물론 대가가 있었습니다. 이란은 트럼프 방중 기간에 맞춰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잘 따른다는 조건 하에, 중국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연계 선박 등 30여 척이 해협을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시에 ″중국 외교부장, 주이란 대사의 요청과 협의 이후 추진됐다″며 외교적 거래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중국이 해협 개방을 공통 이익 분모로 놓고 미국과 한배를 탈 가능성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이란 항구를 출발한 것이 아니라면 역봉쇄를 실시 중인 미국이 중국 배를 막아 설 명분도 마땅치 않습니다.

아리송한 결과를 내놓고도 장밋빛 전망을 얘기하는 트럼프에 의문을 품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현장엔 30년 넘게 외교 분야를 취재해온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38일 간 폭격에도 정치 체제를 바꾸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격분했습니다. 즉각 ″당신 같은 가짜 뉴스 기자들이 틀리게 쓴다″, ″뉴욕타임스, CNN은 최악″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이란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뒀는데도 당신들이 진실을 쓰지 않는다″고 ″이란이 군사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쓰는 건 반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언론의 비판적 기사에, 최대 사형이 가능한 반역죄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BBC 기자가 굴하지 않고 미군의 ′민간 시설 오폭′ 문제를 물었습니다. 트럼프는 다시 ″가짜 BBC, 또 다른 가짜 매체″라고 기자를 몰아세웠습니다.
<B>이란 질문에 격분‥″가짜 뉴스·반역″ 언론 맹비난</B>

뉴욕타임스와 CNN은 미국 정보 당국의 평가를 토대로 이란이 이동식 발사대와 미사일 비축량의 상당 부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군의 군사 목표가 달성됐는지를 정보기관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지, 트럼프가 얘기한 것처럼 ″이란이 군사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것과는 다른 얘깁니다. 이미 트럼프는 자신의 이란 전쟁 결정 과정의 참모 회의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설득 과정 등이 보도된 것에 격분해, 법무부에 ′반역′ 수사를 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몇 기자들은 취재 기록을 제출하라는 대배심 소환장까지 받았습니다. CNN은 트럼프가 문제 삼는 건 그 자신이 지휘하는 정보기관이 평가한 내용이라며, 언론이 문제가 아니라 언론이 보도한 팩트와 갈등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방중에서 트럼프가 얻은 것은 불분명한 반면, 중국이 중시하는 핵심 이슈에서 미국이 내어준 것이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오랜 원칙을 깨고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트럼프는 시 주석이 강경한 어조로 대만에 대해 ″수천 년 동안 영토였고 어느 시점에 떨어져 나갔지만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노출했습니다. 시 주석의 주장을 듣기만 했다면서도, 40여년 유지된 원칙을 깨고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상세하게″ 논의했다고 실토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만에 1백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판매하기로 했던 계획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중국 요청으로 대만 문제에서 후퇴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입니다.

1년 넘게 진행 중인 무역 전쟁 문제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얘기하는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매, 보잉 항공기 대량 주문 약속 등을 놓고 성과가 ′빈약하다′고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우리가 세 보기에도 중국은 같은 미국산 대두를 벌써 두 번째 사는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오히려 트럼프가 또 다른 큰 양보를 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며, ″별다른 뉴스가 없다는 것이 좋은 소식″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