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앵커: 엄기영,백지연

노리에가 파나마대통령, 미군에 투항[조정민,이득렬]

입력 | 1990-01-04   수정 | 199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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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투항]

●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세유럽에서는 로마교황과 전제군주의 치열한 세력싸움이 매우 빈번했습니다.

교황이 막강 할 때는 유럽의 군주를 좌지우지했고 또 반대로 군주가 강할 때는 로마교황의 위엄이 크게 꺾이기도 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역사가 결코 되풀이 될 수는 없게 됐습니다만 파나마주재 로마교황청대사관에 피신했던 노리에가가 끝내 미군에 투항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압력 앞에서는 교황청의 체면도 정말 말이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정월 4일 뉴스데스크는 먼저 노리에가의 투항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미국의 군사개입으로 실각한 파나마의 전실권자 노리에가 장군이 오늘 피신 중이던 파나마주재 교황청대사관에서 나와서 미 당국에 투항했습니다.

노리에가는 즉각 미국으로 이송이 돼서 빠르면 오늘밤 마이야미지방법원에 출두해서 법적인 절차를 밟게 돼 있습니다.

이로써 보름 전에 군사개입으로 시작된 부시대통령의 도박은 일단 성공을 거두게 됐지만 힘을 앞세운 미국의 대외정책은 국제여론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에서 조정민 이득렬 두 특파원이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 기자: 파나마의 전실권자 노리에가 장군이 미군당국에 투항함으로써 이제 그의 미국 내 법정투쟁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조지 부시미국대통령은 어제 백악관에서 가진 텔레비전 특별방송에서 노리에가가 투항 후 미국 마약수사반에 의해 구속됐다고 발표했습니다.

● 부시 미국대통령: 노리에가가 파나마당국의 양해 하에 투항, 마약당국에 구속됐다.

● 기자: 부시대통령은 또 노리에가의 투항으로 파나마 군사개입의 목적이 모두 달성됐다고 말하고 그의 체포는 마약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결의를 명백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맥스웰서만 미남부군사령관은 노리에가의 투항이 전적으로 자신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고 일체의 흥정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맥스웰서만(미남부군사령관): 노리에가가 자의로 교황청 대사관을 나섰으며 건강은 좋다.

● 기자: 그러나 미국 측은 노리에가가 지난 24일 교황청대사관으로 피신한 이래 교황청과 파나마에 대한 그의 신병인도를 위한 외교적 압력을 가중시켜왔으며 파나마주둔 미군은 교황청대사관주변을 포위하고 계속 심리전을 펴왔습니다.

한편 2만여 명의 파나마 인들은 오늘 노리에가의 투항 전에 노리에가 장군을 파나마에 인도할 것을 교황청에 요구하는 대규모시위를 벌였습니다.

부시대통령은 노리에가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약속했으나 외국지도자를 미국법정에 세우기 위한 파나마침공의 오점은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에서 MBC 뉴스 조정민입니다.

● 기자: 미국은 지난 40년간 해외에서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무력을 사용해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미국은 서방측으로부터 무력사용명분에 필요한 지지를 얻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2만 명 이상의 군대를 가지고 파나마에 들어가서 그 나라의 집권자를 물론 그가 저지른 죄상은 엄청납니다마는 외국의 집권자를 잡아온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미국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노리에가를 미국법정에 세움으로써 그를 처벌할 수 있지만 노리에가가 부시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시절에 중앙정보부의 연락원으로서 미국을 위해서 활동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그의 폭로에 따라서 부시는 크게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파나마사람들의 태도입니다.

독재와 민주의 갈림길에서 미국의 군사개입이 민주주의에 대한 구원의 손길이냐 그렇지 않으면 주권 침해냐로 세계가 떠들썩할 때 파나마 사람들은 시내로 나와서 약탈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제 외국군대가 자기나라 사람을 잡아가는 마당에서는 잘 잡아간다고 만세를 부르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MBC 뉴스 이득렬이었습니다.

(조정민, 이득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