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백지연

전화배선공, 납중독 식물인간[이진숙]

입력 | 1990-03-30   수정 | 199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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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배선공, 납중독 식물인간]

● 앵커: 전화 케이블을 납땜질로 연결하는 작업을 해온 전기통신공사의 한 배선공이 지금 납중독으로 중태에 빠져 있습니다.

납중독 위험에 처해있는 전기통신공사 배선공은 지금 전국에 4천5백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진숙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한국 전기통신공사 혜화전화국에 근무하는 서울 도봉구 미아5동 56살 정태무 씨가 작업장에서 얻은 납중독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습니다.

지난 75년부터 맨홀 속에서 납땜질로 배선작업을 해온 정씨는 1년 뒤쯤부터 손발이 뒤틀리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의 증상을 보여 통원치료를 받아왔으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가 지난 86년 말 증세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결과 납중독 증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정씨는 그 뒤로도 통원치료를 하며 작업장에 나가 일을 계속하다가 작년 2월에 병가를 내고 고려대 혜화병원에 입원하기로 했으며 지난 20일부터 병세가 극히 악화돼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 김정임씨(부인): 증세가 처음에는 막 근육이 막 이렇게 저리고요. 배가 아프고 복통이 오고요. 토하고 그랬었어요.

● 동료직원: 휴직기간이 1년이 넘었을 경우에는 파면이거든요.

그거를 안당하려고 1년이 끝나기 전에 다시 복직을 해가지고 근무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겁니다.

● 기자: 지난해 통신공사에 자체 등기 신체검사 결과 선로 현장에서 일하는 4천3백여 명의 선공들 가운데 납중독 주의를 요하는 응급환자가 천오백 명을 넘었으며 이 중에서도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이는 중증 응급환자가 3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통신공사 선공들은 공사 측이 납 가루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마스크 등 예방기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언제나 납중독의 위험 속에서 작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MBC뉴스 이진숙입니다.

(이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