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백지연

[집중취재]초등학교 육성회비 말썽[이진숙]

입력 | 1990-05-09   수정 | 199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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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초등학교 육성회비 말썽]

● 앵커: 다음은 오늘 뉴스데스크 집중 취재입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현재 학교의 재정난을 돕기 위해서 수업료와는 별도로 육성회비를 모든 학생들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학교에서는 육성회비 말고도 육성회이사회라는 것을 구성해서 거의 강요를 당하다시피해서 이사가 된 학부형들로부터 일인당 수십만 원씩의 기부금을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육성회비 지출내역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에 대한 사교위의 태도 역시 석연치 않습니다.

사회부 이진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학년 초가 되면 각 학교에서는 이른바 육성회 이사를 맡을 학부형들을 뽑습니다.

이 학부형들은 1인당 적게는 10여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대에 이르는 육성회 특별기부금을 내야 합니다.

대다수 학부형들은 수십만 원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임원이 되기가 싫지만 자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수락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 학부형: 자발적이지는 못하죠.

제가 아는 경우로도 세를 살고 있는 어머닌데 애가 계속 반장을 했기 때문에 또 다른 어머님들도 하시겠다는 어머님도 없고 선생님도 곤란하시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경우를 제가 알고 있거든요.

● 학부형: 이번에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이제 육성회 이사들끼리 다들 모여서 의논을 했어요.

20만원정도가 좋겠다하고 부모들이 거의 다가 의견의 일치를 봤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나오셔서 이거가지고 안 된다.

25만원을 해 달라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어머니들은 더 이상 할말이 없고 그리고 선생님이 하시는 대로 통과 돼버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 기자: 게다가 학급마다 일정한 할당액이 정해져 있어서 담당교사는 이 할당액을 채우도록 교장이나 교감으로부터 종용을 받습니다.

학급별 육성회기부금 할당액을 보면 서울의 경기 고등학교가 160만원 청담고가 400만원 숙명여중 백만 원 등이며 상문고등학교의 경우는 육성회비 때문에 말썽이 있자 육성회를 구성 하지 않은 채 찬조금이라는 명목으로 학급당 4백만 원을 걷고 있습니다.

학급마다 5명에서 10명의 학부형으로 구성된 육성회 임원들이 해마다 이 돈을 각출해야 하는 것입니다.

일부 교사들은 육성회 기부금을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할당액을 채우지 못할 경우 당할 불이익 때문에 학교 측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 최순규 교사(영파여고): 많은 선생님들이 교장실에 불려갔었고 그 액수를 채우지 못해서 그래서 피치 못하게 학생들에게 교육적이지 못한 방법을 쓸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깐 예를 들어서 뭐 여기서 협조를 안 하면은 나 너를 미워하게 될지도 몰라 난 참 서운하다 이런 식의 표현은 제가 몇 번 들었습니다.

● 기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장들이 육성회비의 지출에 대해 전권을 행사하면 사용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서 의혹을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 최순규 교사: 육성회 결산을 요구했는데 간단히 그런 중요한 상황이 구도로 뭉뚱그려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대충 이제 여기 썼다 저기 썼다 액수만 불러, 구두로 불러버리고 끝나는 거죠.

● 학생: 어떤 인간적인 관계보다 육성회 돈을 내달라는 반강제적인 그런 말을 먼저 하게 되는데 선생님에 대한 존경도 떨어지게 되고 또 어떤 반에 따라서는 육성회비 그런 것을 내기 않으면 실기성적을 깎는다는 그런 얘기도 나오는데 그런 식으로 선생님에 대한 어떤 또 다른 선입관을 갖게…….

● 기자: 많은 교사들은 양성화 된 육성회비로도 자신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등을 충당될 수 있다면서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교육적 폐해가 많은 기부금 징수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더구나 감독관청인 시 교육 위원회가 각 학교에 기부금 징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도 의혹을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MBC 뉴스 이진숙입니다.

(이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