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백지연

폭력배 날뛰는 인력시장[심재철]

입력 | 1990-06-14   수정 | 1990-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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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배 날뛰는 인력시장]

● 앵커: 인력시장에 폭력배가 날뛰고 있습니다.

막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들을 협박하거나 이들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정말 그 알량한 품삯을 갈취하는 점잖은 얘기는 아닙니다마는 그야말로 벼룩의 간을 빼먹는 일이 대낮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폭력배가 설치는 인력시장을 사회부 심재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건설직 날품팔이 노동자들이 모이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인력시장입니다.

올봄 4월까지만 해도 하루 4, 500명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지만 지금은 하루 백 명도 모이지 않고 그나마 운 좋게 일감을 구하는 사람은 20명도 체 못됩니다.

● 인터뷰1: 옛날에는 일하기 싫어서 못했는데 지금은 일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 기자: 이유는 부근의 폭력배들이 허가도 없는 용역회사를 차려놓고 공사판 십장들을 폭행 협박하면서 품삯의 10%를 뜯어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2: 오야지가 안 와요, 오야지가. 오야지가 별로 안 온다니까요.

● 인터뷰3: 니네들 오면 때려죽인다, 밀어내는 거요. 못 오게…….

● 기자: 이들 폭력배들은 실제로 지난 5월초 인부 중의 한 명을 납치해 발의 힘줄을 끊어 놓는 등 봉천동 인력시장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잔인한 범행도 서슴없이 했습니다.

● 인터뷰2: 4월 달엔가 5월 달엔가 하나 달아져서 다리가 부러진 사람도 하나 있고 또 엊그저께도 하나 얻어터지면서도 말 못하고 갔어요.

● 기자: 이처럼 공포분위기가 심각하지만 인부들은 보복이 무서워 대부분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의 단속도 그동안은 별로 신통치 못했습니다.

한 예로 지난 11일에는 이 시장에서 폭력배들이 난동을 부려 경찰 순찰차 2대가 요란하게 출동했으나 폭력배들은 한 명도 잡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봉천동 인력시장 뿐만 아니라 전국에 20여군데 인력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폭력배들의 행패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전국에 걸쳐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MBC뉴스 심재철입니다.

(심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