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앵커: 엄기영,백지연

축구 원로, 최일옹의 눈물[유정형]

입력 | 1990-10-23   수정 | 199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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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원로, 최일옹의 눈물]

● 앵커: 오늘 관중석을 꽉 매웠던 관중 가운데 그 옛날 경평축구전 때 평양 팀의 단장 겸 감독을 했던 최일 할아버지는 그 다른 누구보다도 정말 벅찬 감격을 맛봤습니다.

유정형 기자가 오늘 최일 옹의 감격적인 하루를 지켜봤습니다.

● 기자: 역사적인 통일축구대회를 누구보다도 감화어린 마음으로 지며본 사람은 바로 반세기 전 평양축구팀을 창단했던 84살의 최일 할아버지였습니다.

고향 팀의 경기를 보기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최 할아버지는 깨끗한 신사복으로 갈아입고 함께 갈 친구를 기다렸습니다.

단장을 짚고 옛 친구와 함께 집을 나서는 최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마음은 벌써 경기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최일 할아버지는 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관중과 낯익은 축구계의 원로들을 보며 경평전 당시의 추억으로 깊은 감회에 젖었습니다.

● 최일씨 (전 평양축구팀 단장): 감개무량하고 여기에 있는 이것이 서울만 아니라 평양까지 제가 요 다음 경평전이 있으면 평양까지 가볼까 합니다.

살아생전에 평양 한 번 가보는 게 원이에요.

● 기자: 김유순 북한 축구팀 단장에게 꽃다발을 선사하고 싶었던 최 할아버지의 소박한 꿈은 옛 평양축구팀과는 맥을 달리하는 팀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지만 고향 팀의 축구 경기를 생전에 다시 본 것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을 나서는 북한 선수들을 자꾸만 뒤돌아보는 할아버지의 눈에는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뜨거운 눈물이 고였습니다.

MBC 뉴스 유정형입니다.

(유정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