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이상열
불량배에 시달리는 어린이들 많다[심원택]
입력 | 1990-11-25 수정 | 1990-11-25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불량배에 시달리는 어린이들 많다]
● 앵커: 불량배에게 돈을 빼앗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11살의 신형철군이 남긴 유서는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슬픔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소원으로 이 사회의 범죄를 없애줄 것을 호소한 것은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학교 또는 동네 주변에서 끊임없이 불량배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하겠습니다.
심원택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영철군은 부근 슈퍼에서 건전지를 사고 집으로 오다 깡패에게 돈을 빼앗긴 뒤 범인들에게 아파트 동 호수를 가르쳐주는 것을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영철군의 가족에 따르면 영철군은 2천원을 빼앗긴 외에도 불량배들에게 가서 돈을 더 가져올 것을 협박받은 눈치였던 것 같았다는 것입니다.
숨진 영철 군이 다니던 국민학교의 어린이들은 학교 주변에 불량배들이 들끓어 어린이들 대다수가 한 두 번씩은 금품을 뜯긴 일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이 모 군(가락중1): 깡패 2명이요. 골목길로 끌고가서요. 돈 안내면 칼로 쑤신데요.
● 임 모 군(가락중1): 있는 것 다 내놓으래요. 그런데 돈이 없다고 그러니까요. 시계를 막 뺏어갔어요. 그리고요. 이르면은요. 학교 찾아와가지고요. 끝난 다음에 막 때리고 죽인다고 그러고요.
● 기자: 특히 이들 불량배들은 금품을 빼앗은 뒤 집주소를 물어 알아놓고는 부모나 선생님에게 알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보복을 두려워 한 어린이들의 신고 기피로 알려지지 않은 피해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 동네 주민: 있으면 다 줘라. 만나면 다 줘라. 그리고 니 신체의 안전만 유지해라.
● 기자: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송파경찰서는 영철군의 국민학교와 아파트 주변 그리고 만홧가게나 전자오락실 주변 등의 불량배들을 대상으로 탐문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영철군은 지난 23일 밤 9시쯤 어머니의 심부름을 다녀오다 집 앞에서 불량배들에게 2천원을 빼앗긴 뒤 마지막 소원이니 이 사회의 범죄를 없애달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긴 채 아파트에서 12층 아래로 뛰어 내려 숨졌습니다.
MBC뉴스 심원택입니다.
(심원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