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이상열

아파트 물탱크로 인한 수돗물 오염[최문순]

입력 | 1991-05-05   수정 | 1991-05-05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아파트 물탱크로 인한 수돗물 오염]

● 앵커: 요즘 페놀사태 등 상수관의 오염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정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돗물이 오염되기도 합니다.

수돗물이 가정에 공급되기 직전에 머물게 되는 아파트의 지하 물탱크를 들어가 봅니다.

● 기자: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지하 물탱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우리나라의 건축법은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은 지하에 물탱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 규모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파트에는 지하 물탱크가 설치돼 있습니다.

아파트에 공급되는 수돗물은 지하 물탱크에 일단 저장된 뒤에 옥상 물탱크를 거쳐서 가정에 이르게 됩니다.

한 아파트 단지의 지하 물탱크입니다.

이 물탱크는 지금 청소를 하기 위해서 물을 모두 빼낸 상태입니다.

물탱크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아파트 건설 공사 당시에 사용했던 나무판자 이었습니다.

심하게 썩어있는 이 나무판자는 아파트가 준공된 이후 7년 동안 이 물탱크 안에 있었습니다.

이밖에 나무 조각과 벽돌 철근 등 이물질이 곳곳에 날려있습니다.

● 임동진씨: 지금 여기도 있지만요 간판이랄까 돌 맹이도 있고 철근 같은가 이런 것도 여러 가지 있습니다.

● 기자: 물탱크 안에 있는 쇠파이프에는 적갈색 철세균이 두껍게 뭉쳐있습니다.

이 짙은 녹이 다시 물속으로 녹아들고 있습니다.

물 밑에는 짙은 갈색 앙금이 침전돼 있습니다.

물탱크의 하층 수는 흙탕물을 방불 캐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강남에 있는 한 대형 아파트 단지의 물탱크 안입니다.

이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위험이 육안으로 식별되고 있습니다.

이 물탱크에는 공사당시에 방치해 놓은 나무판이 대량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속에는 천정에서 떨어진 나무판들이 가라앉아(판독불가) 있습니다.

천정에는 썩어서 떨어지기 직전의 나무판들이 검게 변색된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주변에는 옷가지로 보이는 헝겊 뭉치가 떠다니고 있습니다.

쇠로 만든 계단이 심하게 녹슬어 있는 것은 이 물탱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서울 강남에 있는 3천 500톤짜리 대형 물탱크는 다른 아파트에 비해서 앙금이 많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물이 몹시 탁하고 거품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곳곳에 박테리아와 습기들이 침전돼 굳어진(판독불가) 각들이 눈에 띕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아무장비도 없이 빗자루와 걸레만으로 물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예외 없이 쇠파이프가 녹슬어 있었습니다.

● 김하자씨: 그 물을 보기 전에는 이런 더러운 물을 우리가 먹고 있었는지 생각도 못했고요.

보니까는 진짜 기분이 좀 안 좋았어요.

● 기자: 이 지하 물탱크에 물을 채취해 수질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왼쪽에 있는 것은 물탱크 안에 물이고 오른 쪽에 있는 것은 일반 가정에 수돗물입니다.

왼쪽 테스터기에 눈금이 두 배 이상 올라가 있습니다.

이것은 물속에 녹아있는 물질이 두 배 이상 이라는 뜻이고 그만큼 더 오염돼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물탱크에 채취된 물에서 각종 유해물질이 검출됐습니다.

먼저 아 질산성 실소가 0.065PPM이 검출됐습니다.

물속의 나무 등이 썩으면서 발생하는 아 질산성 질소는 세균의 먹이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마시는 물에서는 검출 되서는 안 되는 대장균과 일반 세균이 대량으로 검출됐습니다.

대장균은 그 자체로는 큰 해가 없으나 전염성 병원균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또 처리 기분치의 다섯 배 망간이 기준치의 10배까지 검출됐습니다.

이것은 지하수가 물탱크 안으로 스며들고 있고 쇠파이프 등이 녹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망간은 만성 중독 될 경우에 언어장애와 보행 장애 등 신경장애를 일으킵니다.

● 윤숙영씨(환경수질 관리기사): 이 물은 식수로서는 굉장히 부적합한 물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어요.

● 기자: 먹는 물로서는 안 된다 이거죠.

● 윤숙영씨(환경수질 관리기사): 그렇지요 이건 한번은 전 처리를 거쳐줘야지 우리 식수로서 사용할 수가 있거든요.

● 기자: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3월 달에 걸쳐 시내 2만천 여개의 물탱크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물탱크를 거침물이 탁 도는 11% 철 이온 농도는 무려 55%나 높고 살균을 하는 염소 농도는 30%나 낮아 크게 오염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특히 같은 물탱크 안에서도 오전에 채취된 물이 오후에 채취된 물보다 탁고 20% 철 이온 농도가 33% 이상 높다고 밝혔습니다.

물탱크에 물이 고여 있는 밤사이에 오염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입니다.

이 같이 지하 물탱크의 오염이 심각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관련 법규가 이비 하나든데 있습니다.

● 최기종 이사(한국 수도협회): 설치 근거가 건축 관계 법령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돼 있고 수도 관계법에서는 수도시설로 이렇게 분류가 돼 있질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각지에 있어요.

● 기자: 건축법에는 일 년에 두 번씩 물탱크 청소를 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돼 있으나 세부 시행령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과태료를 문 아파트는 한군데도 없습니다.

다음으로 주민과 관리인들의 인식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 윤승록씨: 우리가 청소해 보니까 주민들이 지하 저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더러운 물이 많이 나오니까 과연 이 물을 계속 마셨는가 하고 의아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 김강련씨: 관리하시는 분들이 알아서 다 우리는 관리비만 내고 그냥 깨끗이 해주라고 다 이렇게 맡긴 거니까…….

● 기자: 서울시의 실태조사 결과 서울시내 2만천여개의 물탱크 가운데에 76%는 아예 청소를 하지 않거나 1년에 한 번밖에 청소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발암물질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방청제를 투입한 아파트가 264개 소였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아파트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고압 세정기등의 적절한 장비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건강진단을 받지 않은 관리인들에게 청소를 맡기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하 물탱크 문제는 가정에 배달되기 직전에 오염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상수원 오염문제 못지않게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것입니다.

MBC뉴스 최문순입니다.

(최문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