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실각으로 소련은 이제 또 다시 냉전적 보수체제에 회귀할 것인가 그래서 지난 6년간 쌓아온 세계 화해의 큰 흐름을 끝내 돌려놓고 말 것인가, 세계의 큰 우려는 바로 이점에 쏠려있습니다.
고르바초프 실각 이후의 소련 정국을 국제부 윤영옥 기자가 전망해드립니다.
● 기자: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갑작스런 실각은 앞으로 소련을 엄청난 정치적 위기 속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 고르바초프의 행방이나 실각에 대해서 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소련 전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경제개혁에 대한 비난 성명이 나오는 등 긴박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일단 당내 보수파와 군부가 세력을 잡은 것이 확실하다는 분석들입니다.
특히 고르바초프의 실각에 따라 모든 권력을 넘겨받은 국가비상사태위원회가 야나예프 현 부통령과 크류츠코프 KGB의장 그리고 야조프 국방장관 등 강경 보수파 일색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이 같은 보수파의 권력 장악을 확실히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들 강경 보수파들은 그동안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혁방향과 추진속도에 대해서 큰 반발을 보여 왔던 만큼 고르바초프 실각 이후의 소련 정국은 일단 보수 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가비상사태위원회는 오늘 쿠데타 후 긴급 설명을 통해 고르바초프 이후에 추진돼온 개혁정책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다고 말하고 이런 비상사태는 이 같은 경제의 혼란과 분열로부터 국가를 지켜주기 위해 취해졌다고 강조함으로써 신속한 개혁정책에 대한 거부를 분명히 하고 보수체제로의 복귀를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이와 함께 새로 권력을 잡은 보수 세력들이 소련의 개혁정책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되는 신연방조약에 대해서 결코 승인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나선 것은 보수회귀에 대한 이들의 강한 집착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심한 우여곡절을 겪어오면서도 꾸준히 진행돼 오던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즉 개혁과 개방정책은 일단 침몰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소련 국민들이 공산보수체제의 비능률과 허구성을 잘 알고 있는데 다 이미 개혁과 개방분위기에 상당부분 익숙해졌기 때문에 쿠데타 세력들이 보수체제로의 회기를 강하게 고집한다면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옐친 등 주요 개혁파 인사들이 이번 보수 강경파들을 쿠데타에 대해서 강한 반발을 나타내고 있어 소련 정국은 앞으로 엄청난 정치적 위기 속에서 자칫하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미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