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앵커: 엄기영,백지연
소련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실각, 세계질서의 향방[조정민]
입력 | 1991-08-19 수정 | 199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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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실각, 세계질서의 향방 ]
● 앵커: 소련 내부사정을 알아봤습니다마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실각은 미-소 관계를 비롯해서 전 세계 질서에 또 당연히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지금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복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현실적인 판단입니다마는 고르바초프 없는 세계질서와 그 향방을 조정민 기자가 전망해드립니다.
● 기자: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충격적인 실각은 새세계 새질서를 모색하고 국제정치의 판도로 몰아닥친 짙은 구름입니다.
먼저 걸프전쟁 이후 새질서를 한층 높은 목소리로 주장해온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새질서 구축의 동반자를 잃은 셈입니다.
지난 89년 말 몰타정상회담을 고비로 구축해온 부시-고르바초프간의 신뢰관계는 지난달 런던의 서방경제 정상회담과 모스크바 미-소 정상회담으로 그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지난달 모스크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대통령은 전략무기 감축협정을 조인했고 새로운 미-소 경제협력관계를 선언한 동시에 중동 평화회담을 비롯한 지역문제 해결에 깊은 공감대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질서의 축을 이루었던 부시-고르바초프 협력관계는 고르바초프의 실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파경을 맞은 셈입니다.
조지 부시대통령으로서는 무엇보다 새국제질서를 향한 가속기의 속도를 조절할 발판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또 소련의 개혁개방 정책 추진력의 핵심인 고르바초프 이름으로서 전 세계에 확산돼온 자유와 평화의 물결에 거친 파도가 일게 될 것입니다.
물론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밀어닥친 동유럽개방의 흐름이 역행될 수 없으며 이미 공산주의 장례식을 치룬 소련이 또다시 스탈린치하의 암흑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다만 소 연방공화국이 점진적인 개혁이 아닌 혁명이나 내전의 기틀로 접어든다면 미국 주도의 새질서 확립은 훨씬 험난하고 힘겨운 것이 될 것입니다.
또 미-소 협력분위기에 짓눌렸던 지역분쟁의 위협이 고개를 들지 모릅니다.
아무튼 고르바초프 실각은 새 국제질서를 향한 구체제의 변모가 예상보다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정민입니다.
(조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