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앵커: 엄기영,백지연
소련 쿠데타 주도한 군내부 동요[김석진]
입력 | 1991-08-21 수정 | 199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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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 쿠데타 주도한 군내부 동요 ]
● 앵커: 이번에 소련쿠데타를 주도한 군부세력들이 거사 초기 단계에서 사태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또 저항세력을 강경하게 진압하지 못한 이유는 소련군부의 편제와 지휘 계통상의 문제와도 연관이 높은 것으로 분석이 되고 있습니다.
소련군의 조직과 계통을 이해하는 게 이번 사태 이해에 불가결합니다마는 김석진 기자가 자세히 보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고르바초프를 실각시킨 이번 쿠데타 소련 국가보안위원회 즉 KGB의 정보장악과 군부실력자의 무력동원을 양대 축으로 삼아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쿠데타군은 초동단계에서 저항세력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주요 거점 확보에도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쿠데타군은 거사 즉시 옐친이 이끄는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청사에 진입하지 못했고 방송통신시설 점령과 야간통금 실시도 때를 놓쳐 대세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습니다.
더구나 정예 기갑 병력인 타먼스카이야 탱크사단 일부가 옐친 진영에 가담하는 등 이탈자가 속출하고 거사 이틀 만에 야조프 국방장관이 퇴진한 것으로 전해져 군내부가 독려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쿠데타군이 일사불란함을 갖추지 못하고 분열상을 드러낸 것은 우선 소련군의 지휘통솔 체계나 조직구성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소련군은 대통령을 최고 사령관으로 국방장관과 KGB의장 그리고 내무장관이 참석하는 국가안보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소련군병력은 국방부소속의 연방군과 KGB소속 국경경비군 그리고 내무부소속의 국내보안군 등 3원 편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400만의 정규 지상군으로 구성된 연방군은 각 공화국에서 징집된 호남 민족병력이 70%이상 포함돼 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취약성을 안고 있습니다.
이처럼 연방군은 각 지역사령관의 독자적 지휘판단에 좌우될 수 있어 이번 쿠데타에는 KGB소속 23만 명과 내무부소속 30만 명의 병력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전을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잘 훈련되고 무장된 내무부 소속 별동부대인 검은 별의 병력도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쿠데타군은 폭동진압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소련 전역을 장악해야 하는 쿠데타의 성패는 연방군의 가담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거사당시 사전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는 쿠데타군이 지휘체계의 혼란과 지도부 내의 의견 차이를 조속히 수습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이번 쿠데타의 성패여부가 좌우될 것이라는 진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MBC뉴스 김석진입니다.
(김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