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앵커: 엄기영,김지은

이라크 알 라시드 호텔 폭격, 사망자 2명 죽음과 침묵[이진숙]

입력 | 1993-01-18   수정 | 199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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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침묵]

● 앵커: 오늘 새벽 2차 공습에서 상당한 민간인 사상자를 낸 바그다드 시는 시민들이 모두 방공호로 대피하고 군이 긴급 치안에 나서는 등 일순에 죽음과 침묵의 도시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바그다드 현지 표정 역시 이진숙 특파원이 보도해드리겠습니다.

● 특파원: 바그다드 시각 17일 밤 9시 반 공습은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바그다드 시 전체를 울릴 듯한 폭음이 들려 왔습니다.

미국 등 다국적 연합군의 제2차 공습 목표는 바그다드 남동부 핵관련 시설이었습니다.

그러나 바그다드 시도 미사일을 맞아서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났습니다.

미사일을 맞은 바그다드의 라시드 호텔입니다.

호텔 건물 앞에는 미사일이 폭발해서 이처럼 거대한 웅덩이가 생겼습니다.

대리석 벽이 송두리째 무너졌습니다.

철근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대리석 벽이 산산조각 된 폐허가 간밤의 끔찍했던 상황을 짐작케 해주고 있습니다.

당시 로비 카페에는 수십 명의 외국인 기자와 이슬람 회의에 참석 중인 외국인 투숙객들이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한가한 저녁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천지를 뒤흔들 듯 폭음이 들리면서 벽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봤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 피터 브링크만 기자(독일): 쾅쾅 소리가 나면서 쓰러졌다.

많은 사람들이 내 뒤를 덮치고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가 부러지고 안경을 잃었다.

다친 곳에서 피가 흐른다.

● 특파원: 호텔 안내를 맞고 있던 여직원 아미라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중상을 입은 요르단인 투숙객 호지야는 나중에 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이라크 텔레비전은 라시드 호텔이 피격된 직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해서 이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방영했습니다.

날이 밝자 이라크 당국은 즉시 숨진 두 명에 대한 대규모 장례식을 거행했습니다.

가족들의 울부짖는 소리, 시민들의 반미구호 소리들이 호텔 안팎을 을씨년스럽게 채우고 있습니다.

“부시에게 죽음을, 부시에게 죽음을...”

● 특파원: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미라와 호지야, 꽃다운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누구 때문에 목숨을 잃었어야 했는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부시대통령의 퇴임 마지막 날인 오늘밤 또 한 차례 공습이 있을 것을 염려하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MBC뉴스 이진숙입니다.

(이진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