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김지은

연세대 원주캠퍼스 기숙사 입주 특혜[박용찬]

입력 | 1993-03-01   수정 | 199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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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원주캠퍼스 기숙사 입주 특혜]

● 앵커: 다음 뉴스입니다.

각 대학들이 지방에 분교를 설치하면서 그곳에 있는 대학 기숙사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숙사 규모가 작아서 기숙사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는 것 그것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기숙사 입사를 위해서 거액의 학교 채권을 사야만 한다면 문제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세대학교 원주 캠퍼스가 그 경우입니다.

박용찬 기재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입니다.

3,700여 명 정원의 이 대학은 정원의 80%가 서울 학생들입니다.

서울에서 학교가 있는 이곳 원주까지 가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매지학사라 불리는 이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학교 앞에 하숙촌이 있기는 하지만 채 몇 집 되지 않는데다 비싸고 시설도 열악합니다.

무이자로 원금만 되돌려주는 학교 채를 올해부터 팔기 시작한 연세대 원주캠퍼스 측은 외지학생들의 이 같은 하숙 난을 틈타서 기숙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이 학교 채권을 집중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정액수 이상의 채권을 매입한 학생들에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특혜를 베푼 것입니다.

그런데 기숙사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채권매입 액수가 놀랍습니다.

학교 측이 제시한 금액을 보면 1학년의 경우 기숙사에 들어가려면 1,000만 원짜리 채권을 사야하고 2학년과 3학년은 750만 원 그리고 4학년은 500만 원짜리 채권을 사야합니다.

학교 측에 보관된 채권매입 보관소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500만 원, 750만 원 그리고 1,000만 원짜리 채권을 샀습니다.

이 액수는 기숙사 특혜를 받을 수 있는 학년별 채권매입액과 똑같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학교 측이 제시한 거액의 학교채 를 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명의 학생이 함께 사용하던 2평짜리 좁은 기숙사 방입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렇게 침대 하나를 더 들여놓고 3명의 학생이 이 좁은 방에서 함께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학교 측은 이런 식으로 기숙사 정원을 80여 명 더 늘렸고 새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된 이 80여 명 모두가 500만 원이 넘는 거액의 학교 채를 매입한 학생들입니다 .

결국, 거액의 학교 채를 매입한 학생들에게 기숙사 특혜를 주기 위해서 이렇게 무리하게 기숙사 정원을 늘린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기숙사 입실 조건으로 학교 성적을 제일 중요한 요건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학 4학년 박모 양은 학교채로 기숙사로 들어간 학생들 때문에 자신은 4.0 만점에 3.6 이상의 높은 학점을 얻고도 기숙사 방을 구하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 강모 양(연대 원주 캠퍼스 4학년): 당연히 이쯤이면 됐을 것이다고 성적을 가진 애들도 떨어지고 그리고 남자 같은 경우는 저보다 조금 더 높은 성적인데도 다 떨어졌더라고요.

왜 그러냐 그랬더니 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요.

채권 때문에 그렇다.

● 기자: 심지어는 대학교수까지 학교 채권을 파는 데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 한금선(연대 사학과 3학년): 교수님께서 성적표를 받은 학생한테 기숙사에 떨어진 학생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그런데 500만 원을 내고 기숙사 채권을 사가지고 기숙사에 들어가면 무사히 생활할 수 있으니까 기숙사 채권을 사도록 해라라고 말씀을 하신 거 같아요.

● 기자: 이렇게 해서 연대 원주 캠퍼스는 한 달 반 만에 100여 명의 학생들에게 무려 6억 원의 학교 채를 팔았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많은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1,000만 원의 돈을 학교에 내 놓은 학생들에게 기숙사 방 하나를 얻어준 게 잘못된 일이냐고 반문합니다.

● 윤홍노(연대 원주 캠퍼스 기획처장): 1,000만 원이라는 돈을 학교에 기여를 하면 그 대가로 그 정도의 편의는 봐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 기자: MBC뉴스 박용찬입니다.

(박용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