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앵커: 신경민,정혜정

[현장점검 지금부터 경제다] 청빈 세무공무원 소개[홍순관]

입력 | 1993-04-25   수정 | 199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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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점검 지금부터 경제다][청빈 세무공무원 소개]

● 앵커: 사정의 바람은 춥습니다.

그러나 옳고 바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이 바람이 상쾌할 수도 있습니다.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세무서 안에 욕심 없이 묵묵하게 살아온 이런 세리가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경제다, 오늘은 홍순관 기자가 이런 세무공무원을 만나봤습니다.

● 기자: 요즘 세무공무원들은 발을 뻗고 잠을 자지 못한다고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사원의 감사가 계속되고 있고 또 본청 감사관실에서는 비위직원들의 재산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어떤 불미스러운 사례가 생기면 사전에 우리가 주의를 해야...

● 기자: 일선 세무공무원들은 매일 아침 업무 시작 전에 낮 뜨거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교육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피할 수도 없습니다.

● 인터뷰: 단돈 1만원이라도 받는 사례가 발생하면 퇴직할 것을 각오해야...

● 기자: 동서를 막론하고 늘 달갑지 않은 눈총을 받아왔던 세리, 더욱이 비리온상으로까지 치부되었던 우리 세무 풍토에서 17년 청신 한 길을 걸어온 한 세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남대문 세무서 부가가치세과 주사보인 정중식씨, 지난 17년 동안 꼬박 일선 세무서에서 일해 왔습니다.

그를 동행한 것은 ‘양심에 어긋나게 살지 말자’라는 경귀와 호주머니에 든 3만원의 용돈입니다.

남대문시장이 업무현장인 탓에 상인이 일어나는 새벽 2시면 그도 시장 바닥에 나타납니다.

● 정중식(남대문세무서): 이것 쓸 때 사업자등록번호를 꼭 써줘야 돼요.

● 기자: 일과시간에 사무실로 불러들여 으름장을 놓았던 그런 세월도 변했습니다.

● 정중식(남대문세무서): 소비자들이 와서 사가는 게 간이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지도를 좀...

● 기자: 도시락을 싸고 다니다가 요즘은 그것도 우습게 느껴져서 2,000원 하는 구내식당을 찾고 합니다.

희망이 있다면 깨끗한 세무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는 것이라는 그에게 돈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어떤 유혹을 받을 때 심정이 어떠세요?

● 정중식(남대문세무서): 착잡하지요, 골치 아픈 얘기는 골치 안 아프게 해야 돼요.

● 기자: 봉투에는 보통 얼마씩 들어있어요?

● 정중식(남대문세무서): 안 보면 몰라요.

● 기자: 심야 현장근무를 한 정씨의 오늘 퇴근길은 좀 일렀습니다.

그는 서울 동선동 3,000만원짜리 전세에 중학교 3학년, 2학년인 두 아들, 그리고 본인이 짠돌이라고 부르는 부인과 함께 삽니다.

보너스와 수당을 다 따져 요즘은 월 평균 150만원 가량의 봉급을 받지만 쥐꼬리 봉급을 받던 말단 9급 시절부터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는 습성이 밴 탓에 오는 6월이면 어엿한 내 집을 마련하게 돼 42살에 크나큰 소원을 성취하게 되었습니다.

은행장이 수갑을 차고 전 참모총장이 조사를 받고 또 누가 직장에서 쫓겨나고 사연이 있는 남은 사람들이 잠을 못 이룰 이 밤에 정씨는 반지하 셋방에서 두 발 뻗고 깊은 잠을 청할 모양입니다.

MBC뉴스 홍순관입니다.

(홍순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