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앵커: 엄기영,백지연
실명제 실시 이후 바뀌는 기업 행태[최기화]
입력 | 1993-10-13 수정 | 199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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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실시 이후 바뀌는 기업 행태]
● 앵커: 사실 지난 두 달은 그 준비단계였고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실명시대가 개막이 됐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오늘부터 실명제 실시 이후에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를 분야별로 짚어보고 향후 과제를 함께 점검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우리 기업들에서 벌써 엿보이기 시작하는 변혁의 흐름을 경제부 최기화 기자가 보도해드립니다.
● 기자: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의 재래시장 상인들은 금융실명제 실시 초기에만 해도 과세자료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자 자기앞수표 받는 것을 꺼렸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기앞수표를 다시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받고 있습니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실명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는 반증입니다.
더욱이 수표를 받을 때는 신분증을 요구해 이서를 하고 고객들도 당연히 실명을 확인해줍니다.
또 고객과 거래처로부터 계산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무자료 거래관행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 김운민(세운상가 뉴스타전자 사장): 30% 이상 줄었고요.
또 판매하는 사람도 꼭 자료를 발생하려고 하고 구입할 때도 자료발생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많이 줄었습니다.
● 기자: 기업의 경영방식과 거래 관행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업 특히 재벌그룹들의 비자금 필요성이 실명제 실시 이후에 근원적으로 줄어들면서 조성 규모가 종전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그것도 현금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음 결제기간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도 실명제 실시 이후에 생겨난 특징입니다.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 간에도 종전보다 한두 달 결제기간이 줄었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식은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 금융조달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 유병택(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 미공개법인을 공개를 시킨다든가 또 기존 공개법인을 증자를 통해서 자금조달을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전환시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기자: 그러나 중소자영업자는 기업들의 변화속도는 아직 느린 편입니다.
거래 자료가 모두 노출될 경우 늘어나게 될 세금부담 때문에 재래시장에서는 여전히 무자료거래가 남아 있으며 아직도 전체 거래의 1/3 이상이 무자료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또 기업은 로비를 맡은 임직원이 크게 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정부에 대한 인허가 업무가 뇌물공세가 안 돼 더 어려워지자 이른바 안면장사인 로비 역할은 오히려 더 강조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정치자금이나 리베이트를 위한 기업의 비자금 조성은 줄었지만 납품거래를 위한 뒷돈 상납 관행도 가시지는 않았습니다.
● 변정구((주)삼신 사장): 금융실명제를 시작하기 전이나 시작한 이후나 중소기업의 제품들은 거의 대기업에 팔아야 되기 때문에 판매하는 과정에 실무자 내지는 실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 기자: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거래관행과 경영방식이 점차 변하고는 있지만 건전하게 자리 잡기까지에는 의식의 개혁이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최기화입니다.
(최기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