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앵커: 엄기영,백지연

금융실명제 실시, 한국은행 돈 많이 풀렸다[정일윤]

입력 | 1993-10-15   수정 | 199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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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실시, 한국은행 돈 많이 풀렸다]

● 앵커: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통화당국이 많은 돈을 풀었습니다.

이렇게 풀린 돈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물가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정의로운 경제를 위한 얼마쯤의 대가는 감수를 해야 할지 모르지만 물가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합니다.

기획보도 실명시대로, 오늘은 물가문제를 정일윤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기자: 한국은행이 돈을 풀면 GNP가 상승하지만 물가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게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마다 5%씩 5년 동안 총통화를 늘리면 GNP는 연평균 0.4% 상승하는 대신에 물가는 이보다 2배가 넘는 연평균 0.85%의 인상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게 한국은행의 자체 분석입니다.

그런데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면서 너무 많은 돈을 풀었습니다.

제2금융권과 사채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됨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총통화 증가율은 21.4%.

연초 억제 목표선인 17%를 훨씬 넘어선 수치고 3년 4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기도 합니다.

정부나 통화당국은 이렇게 많은 돈을 풀면서도 통화의 유통속도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당장에 물가를 자극하지는 않는다는 논리를 펴 왔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점차 정상을 되찾아가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 박재준(한국은행 조사1부장): 통화 유통속도가 과거처럼 계속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통화 유통속도가 앞으로 정상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거죠.

● 기자: 그러나 제2단계 금리자유화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고 있어서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도 용이하지가 않습니다.

● 박재준(한국은행 조사1부장): 정부 부문이 통화 증발 요인으로 작용한다든가 또 해외 부문을 통해서 새로운 자본 도입이 있어서 해외부문을 통한 통화 증발이 있는 경우, 이런 것들을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면서 금융 부문에서도 앞으로 금리자유화가 될 경우 통화안정증권을 실제로 발행을 해서 통화를 환수하는 그런 방법을 단계적으로 아주 절제된 방법으로 해나가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자: 한국은행은 금리자유화로 겪게 될 기업의 자금난까지를 감안해서 이 달의 총 통화증가율은 22%대, 연말 기준으로는 21%선으로 넉넉히 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은 살리면서 금융실명제도 정착시키겠다는 정부나 통화당국의 노력이 주효하지 않을 경우 서민 가계가 물가인상이란 짐만 떠안게 된다는 점입니다.

MBC뉴스 정일윤입니다.

(정일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