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앵커: 신경민,정혜정

중국.일본 개혁 물결[배귀섭,문철호]

입력 | 1993-10-17   수정 | 199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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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 개혁 물결]

● 앵커: 부패척결과 개혁은 우리나라에서만 얘기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은 다른 맥락과 접근을 하고 있지만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의 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도쿄와 북경에서 두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기자: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한 무명의 참의원 의원에 지나지 않았던 호소가와 총리, 그가 38년간 지속돼온 자민당 1당 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정권교체를 이룩한 일본 개혁정권의 총리가 될 것을 짐작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 개혁정권 탄생은 로키드 리크루트사가와 가네마루 사건 등 꼬리를 물고 일어난 대형 부정사건으로부터 깨끗한 정치를 요구하는 국민의 분노가 내부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경제대국이 목표였던 지금까지는 정치야 어쨌든 경제에만 주력하면 그만이었지만 경제대국 목표 달성과 함께 일본 국민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정치로 옮겨갔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공약을 내걸고도 우노, 가이유, 미야자와 역대 정권이 개혁을 실현하지 못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호소가와 정권 탄생은 이 같은 국내적 요구 외에도 주변국 동향과 세계의 흐름이 또 하나의 촉매제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호소가와 총리 자신도 개혁을 시대의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호소가와(일본 총리): 정부는 돛, 국민은 바람, 국가는 배, 시대는 바다에 비유된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의 목소리에 정치가가 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 기자: 80년대의 개혁이 민주화 개혁이었던 데 비해 90년대 지금의 개혁은 반부패 개혁으로 이름 붙여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와 비슷하게 일본에서도 이 몇 달 동안 부패 정치인과 공무원이 거의 매일 체포 구속되고 있습니다.

지방현의 지사들과 시장이 줄줄이 붙잡혀 들어가고 굴지의 건설회사 회장 사장 간부들이 거의 매일같이 구속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개혁의 시대정신을 한국이 먼저 붙잡았다는 평가가 일본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언론들이 다투듯이 한국의 개혁 작업과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도했습니다.

호소가와 정권보다 반 년가량 먼저 출범한 한국 문민정권의 결단과 변화를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역시 일본입니다.

● 노부하라(산케이신문 편집부국장): 김영삼 정권의 개혁 소식은 매우 자세히 보도되는데 이것이 일본의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 기자: 호소가와 총리의 한국 방문은 그 자신이 결정한 것이라는 얘기가 일본 외무성 수뇌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호소가와 총리의 한국 방문은 아시아를 주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피차 개혁 작업의 어려움과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는 이웃 정상들끼리 결의를 다지고 용기를 북돋우는 의미도 없지 않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배귀섭입니다.

(배귀섭 기자)

● 기자: 중국 개혁개방의 최우선 목표는 바로 경제성장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78년 개혁과 개방 정책을 내세운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해냈습니다.

이 기간 동안 1인당 국민소득은 54달러에서 360억 달러, 97억 5천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850억 달러로 불어나는 등 8배 넘는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 오덕열(아시아경제연구소 부소장): 간부들의 사상개조가 시급하다.

배금, 향락, 개인주의에 빠져 있다.

● 기자: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시기에 있는 중국은 공직자들의 부패를 척결하지 못하면 정치안정은 물론 경제건설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의 부정부패는 공직자들의 단순한 뇌물수수의 범주를 넘어서 은행의 대출부정, 기업 어음사기 등 사회 전반의 경제 범죄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강택민 총서기는 지난 8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당 중앙규율위원회에서는 정부 관리들의 기업 참여 금지 등을 규정한 5대 금지조치를 시달했습니다.

중국 인민검찰원의 양국경 부검찰장은 공직자들에 대해서 경제를 먼저 발전시키고 다음에 부패를 척결하다든가 부정부패는 경제발전과 현대화에 있어서 어느 정도 용납돼야 한다는 생각 등은 분명 잘못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습니다.

● 황병태(주중 한국대사관 대사): 등소평이 말하는 한 손에는 물질문명, 한 손에는 정신문명 하는 소위 양수작전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면서 강하게 밀어붙였고 많은 사람들을 잡아넣고 이래서 사회의 기강이 바로잡는…

● 기자: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공업 국가들의 성장에 자극받아 경제개혁에 나섰던 중국은 이제 경제성장에서 파생된 부작용의 척결 방법에서도 외부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언론들이 한국의 개혁 작업에 관심을 나타내는 가운데 중국 국무원에서는 김영삼 대통령 취임과 한반도 정서, 김영삼 정권 부패척결에 나서다 라는 등의 내부 비밀 문건을 통해 중국은 한국의 부패척결 움직임을 적극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 육학예(사회과학원 소장): 한국의 부패척결 운동은 언론에 계속 보도되고 내부문건에서도 좋은 현상이라 평가하고 있다.

간부들은 김 대통령이 국수로 식사 대접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 기자: 중국 정부는 최근의 부정부패 현상을 극복해내지 못하면 경제는 물론 모든 개혁정책 자체가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제2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등소평 동지의 개혁사상을 학습하자, 이런 구호들이 북경 거리에 나붙기 시작했습니다.

경제개혁에 이어 다시 한 번 개혁바람에 휩싸이게 될 중국의 행로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경에서 MBC뉴스 문철호입니다.

(문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