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앵커: 엄기영,백지연

삼성의 기아주식 "매입의도" 공방[최기화 김상철]

입력 | 1993-10-18   수정 | 199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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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기아 주식 "매입의도" 공방]

● 앵커: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기아자동차 주식을 대량 매입한 배경을 놓고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전 재계의 관심이 집중이 되고 있습니다.

양사 사장들은 오늘 각기 30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상대방을 우회적으로 비난했습니다.

경영권 위협인지 아니면 단순한 자산 운용인지.

삼성의 기아 주식 매입 공방을 경제부 두 기자가 잇따라 보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기아자동차는 삼성 측의 주식 매입이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고 삼성생명은 단순한 자산 운용에 대해 기아 측이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 한승준(기아자동차 사장): 삼성 측이 궁극적으로 기아를 매수하거나 합병을 기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 황학수(삼성생명 사장): 기아자동차 주식은 단지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상 저희들이 매입했을 뿐 그 이상은 경영권이라든지 저희는 전혀 고려도 안 했고

● 기자: 기아는 또 삼성 측이 추가 매입한 주식을 조기에 팔 것을 요구했고 삼성은 수익 여부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 한승준(기아자동차 사장): 삼성 측은 문제의 핵심인 기아 주식 보유를 최소한도 93년 5월 이전의 수준으로 낮춰야만 할 것입니다.

● 황학수(삼성생명 사장): 필요한 이익이라도 발생시켰다면 팔려는 용의가 있다,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 기자: 삼성의 기아 주식 매입은 경영권 인수보다는 장차 승용차 진출을 겨냥하고 기아의 반발을 사전에 무디게 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기아는 대재벌이 주식 매입을 통해 그것도 고객들이 맡긴 자산으로 타 기업을 합병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삼성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아울러 여론을 악화시킴으로써 삼성의 승용차 진출을 저지하거나 최소한 늦출 수 있다는 복선을 깔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오늘 기자회견에서 기아는 파문이 확산되기를 바라는 모습이었고 삼성은 파문이 조기에 진화되기를 원하는 표정이었습니다.

MBC뉴스 최기화입니다.

(최기화 기자)

● 기자: 우리사주를 포함해서 기아자동차의 임직원이 갖고 있는 기아 주식은 전체의 14.4%입니다.

하지만 경영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주식을 갖고 있는 외국 기업들이 기아자동차의 주권 행사를 맡겨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아 주식에다 외국 기업의 주식까지 포함하면 지분율은 37%로 늘어납니다.

삼성이 사들인 8%의 주식 정도로는 심각한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기아는 삼성이 기아자동차의 주식을 더 사들이지는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법에 보장돼 있는 권한만 행사해도 삼성은 기아자동차의 회사 업무와 재산 상태를 검사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삼성의 주권행사는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습니다.

삼성생명도 투자자의 이익에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라면 대주주로서의 의사표시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삼성이 가진 기아자동차 주식은 기아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 투자자들 가운데서는 삼성의 기아 주식 보유와 관련된 파문을 보면서 반갑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대주주들이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자기 회사 주식에 신경을 쓰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주가도 오르지 않겠느냐는 즐거운 기대가 표정을 밝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MBC뉴스 김상철입니다.

(김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