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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희
[집중취재] 항생제 '제로', 무항생제 고기의 진실
입력 | 2016-01-03 20:17 수정 | 2016-01-0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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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요즘 건강한 육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무항생제 고기가 인기입니다.
항생제를 전혀 쓰지 않고 키운 축산물일 거다라는 생각에 정부의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잘 팔리고 있는데요.
항생제 제로.
과연 진실일까요.
정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식품 매장 곳곳에 무항생제 축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몰려듭니다.
닭고기와 계란, 돼지고기와 소고기, 우유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정부의 인증마크를 달고 일반 축산물보다 30%까지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습니다.
[황미연]
″무항생제니까 당연히 (항생제가) 없다고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가족들이) 음식으로 섭취하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구매를 하죠.″
과연 항생제를 쓰지 않고 키울까.
항생제가 들어간 사료가 2012년부터 금지되면서 중요한 건 의약품 관리.
그런데 정부 기준에 따르면 무항생제와 일반 축산물의 차이는 동물을 도축하기 전 며칠 동안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는 이른바 ′휴약기간′을 늘린 것뿐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 돼지고기가 출하 전 5일 동안 어떤 항생제 사용이 금지돼 있다면, 무항생제는 열흘 동안 이 약품을 쓰지 못할 뿐, 항생제로 키우는 건 똑같다는 겁니다.
실제 도축장 항생제 검사에서 무항생제와 일반 축산물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아 유통이 금지된 적이 있습니다.
[무항생제 인증 농장주]
″질병이 오면 항생제를 안 먹이고 키울 수 있는 농가가 대한민국에 한 농가나 있을까요? 이 산업을 잘 모르고 먹거리 챙기는 주부들은 ′속고 있다′ 이런 생각밖에 안들고….″
휴약기간 차이를 두는 것이 의미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최농훈/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일반 축산물 기준) 휴약기간만 지키면 거의 모든 약물이 배출되기 때문에 위생과 안전도 측면에서 무항생제와 일반 축산물의 차이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결국, 항생제를 똑같이 사용하고 별 차이도 없는 축산물을 소비자는 인증만 믿고 비싸게 사먹는 셈입니다.
[A축산업 관계자]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은 항생제를 안쓰는 건데 휴악기간 (2배로) 지켰다고 인증 준다는 건….현장에서는 무항생제 인증은 없애자는 말도 있어요.″
그런데도 ′무항생제 인증′ 축산물들은 항생제를 전혀 쓰지 않고 키운 것인 양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가봤습니다.
″무항생제 돼지고기 가져가세요!″
[돼기고기 판매직원]
(일반 돼지는 항생제를 맞아요?)
″네 무조건 맞죠.″
(이 건 안맞고요?)
″네 안맞고 자란 거라고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겁니다.″
다른 고기도 마찬가지.
[닭고기 판매직원]
″이것은 친환경 농법으로 키운거고요 고객님. (다른 것은) 일반 닭다리에요.″
(항생제 안 들어간 거예요?)
″예.″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인증이 아니라 비싸게 팔기 위한 수단이 돼버렸다는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B축산업관계자]
″(유통전) 단계에서 항생제 검사 기준이 동일하기 때문에 안전은 확보가 돼 있어요. 인증 제도를 오용하다 보니까 오해가 생기는 것….″
정부는 친환경 인증체계의 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혼란과 불신을 부르는 현 제도의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