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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웅
[현장M출동] 원전 건설 앞두고 늘어나는 '빈집', 왜?
입력 | 2016-05-18 20:26 수정 | 2016-05-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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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 최근 주택이 2백 채 넘게 늘었는데, 정작 사람들은 살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원전건설이 예정돼 있어 보상금을 노리고 들어선 집들인데, 이를 단속할 규정은 없다고 합니다.
신재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확정지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경북 울진의 한 마을입니다.
내년 5월이면 원전 공사가 시작돼 전부 철거될 곳입니다.
그런데 10평 남짓한 비슷한 모양의 조립식 주택들이 다닥다닥 지어져 있습니다.
이런 집 전력량계는 0에 가깝습니다.
LP가스도 연결돼 있지 않고, 상하수도 요금 고지서를 봤더니 사람 사는 흔적을 찾기 어렵습니다.
[원주민]
″전부 다 다른데 사람들이 짓지, 지역 사람들은 지은 게 없어요. 다 빈집이에요. 사람구경 못한다고…″
30여 세대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이 작은 시골 마을은 원전 건설이 확정된 이후 230여 세대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마을 중턱에서 내려다보이는 10집 중 9집이 최근 2년 사이 새로 지은 집입니다.
한 곳의 토지 등기부등본을 떼어 봤습니다.
1,600제곱미터, 축구장 4분의 1 크기의 땅을 12필지로 분할해 집을 짓고 ′대지′로 지목을 변경했습니다.
이른바 ′지분 쪼개기′입니다.
소유자는 12명 모두 다른 사람입니다.
땅만 있을 때보다 건물을 세워놓고 주민등록지를 이전하면 건물 보상과 이주택지, 이주비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수소문 끝에 집주인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1년차 이주민]
″15일만 (원전에서) 돌리는 전기값만 해도 동네를 충분히 보상해 주고도 남는 돈을 가지고…우린 생명을 담보로 살고 있는데, 안 그래도 북한에서 여기를 타깃이라고 하는데…″
천지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지 가운데 한 곳인 경북 영덕의 한 마을.
건설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는데도 좁은 산길을 따라 조립식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포항과 경주에 주소를 둔 사람들이 땅을 16필지로 분할해 집을 지었습니다.
[부동산중개업체]
″외지에 계신 분들이 공동으로 집을 짓고, (각각) 한 사람 앞으로 분할 등기해서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보상받으려고…″
사정이 이렇지만 담당 지자체는 법적으로 단속할 규정이 없다고 말합니다.
[관할 군청 건축팀]
″추정만 가지고 ′당신, 여기다 투기하려고 그러지? 안 돼′ 이럴 수 없잖아요. 법에 맞으면 당연히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거고…″
고향을 등지고 이주해야만 하는 예정지의 주민들은 낯선 건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치 않습니다.
[최선옥/천지원전 예정지 주민]
″그런 사람들은 투기 목적이니까, 우리에게 원주민에게 해가 되는 건 아닌가 걱정되죠.″
원전 건설에 따른 실질적인 보상금 규모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MBC뉴스 신재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