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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자전거, 목숨 걸고 탄다? "무늬만 전용도로"

입력 | 2016-05-20 20:36   수정 | 2016-05-2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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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 주말에 열린 한 자전거 행사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자전거만 달리는 길이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 도로는 그렇지가 않죠.

자전거와 자동차, 보행자가 뒤얽혀 서로를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먼저 서유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자전거 전용도로 표지판이 있는데도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차량.

[불법 주정차 차량]
″서점 지금 이용해야 돼서…″
(자전거 전용도로인지는 아셨어요?)
″몰랐어요.″

줄지어 달리며 자전거 전용도로를 넘나들기도 합니다.

[택시 운전자]
″전부가 다 그렇게 하죠. 우회전은 (차선을) 안 바꾸고는 할 수가 없잖아요. 우측으로 붙어야 우회전을 하지…″

[강정희]
″위험하죠, 조금. 교차로에서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니까.″

자전거 전용도로에 설치된 택시정류장에 버스정류장까지.

전용도로란 말이 무색합니다.

위험천만하긴 인도도 마찬가지.

인도 한가운데 만들어놓은 자전거 도로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아찔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보행자들을 피하려면 곡예운전을 하다시피 해야 하는 자전거.

경사진 인도에 계단식 보행자 통로와 자전거 전용도로가 함께 있다 보니 벌어지는 일입니다.

[김휘연]
″애들이 뛸 때 (자전거가) 확 내려오니까 준비물이 무겁고 할 때, 부딪힐 때 힘들죠.″

밤에는 사고 위험이 더 높습니다.

헬멧도 없이 이어폰을 낀 채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를 마주칠 때마다 보행자들은 겁이 납니다.

[정세영]
″횡단보도 있는지도 잘 몰랐고… 자전거가 그냥 쌩쌩 지나가서 되게 무섭고…″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 양쪽 모두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김세훈]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저희들이 이제 주행을 하기 힘들어서 (한강을) ′헬강′이라고 많이 부릅니다.″

◀ 앵커 ▶

국내 자전거 도로는 총 연장이 1만 9천여 킬로미터, 경부고속도로의 40배가 넘습니다.

보급률이 98%를 넘어 자전거의 천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와 비슷한 수준이고요.

도심의 자전거 도로 종류도 전용도로, 전용차로, 겸용도로, 우선도로까지 4가지나 됩니다.

그런데도 차와 사람, 자전거가 뒤엉키는 이유는 조금전에 보신 것처럼 이름만 자전거 도로인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 앵커 ▶

사정은 이런데 자전거는 계속 늘고 있죠.

사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10년 만에 2배입니다.

작년 서울에서 난 교통사고 10건 중 1건이 자전거 사고였습니다.

피해 정도가 자동차 사고만 할까 싶은데, 통계를 보면 무섭습니다.

한 해 사망자만 평균 300명입니다.

사고 시 차와 자전거, 보행자 누구 책임이 더 큰지 정도는 알아둬야겠습니다.

조재영 기자 설명 들어보시죠.

◀ 리포트 ▶

3차선 도로 바깥쪽을 달리던 자전거가 잠시 멈추고 방향을 트는 순간, 뒤따라 오던 버스가 자전거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건강을 위해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던 예순다섯 살 서이식 씨는 이 사고로 전신이 마비돼 1년째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서이식]
(사고 당시 기억이 나세요?)
″……″

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되다 보니 법적 책임도 자동차와 비슷하게 져야 하는 상황.

사실상 차 대 차 사고로 처리돼 가해차량이 된 서 씨 측은 치료비 내기도 버겁습니다.

[서정오/환자 가족]
″아는 사람들이 자전거 탄다 그러면요. ′조심히 타′ 이 말이 제일 먼저 나와요.″

전용도로라고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작년 6월, 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맞은편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오던 50대와 부딪힌 박요한 씨.

50대는 숨졌고 박 씨도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는데 검찰은 현행법상 자전거를 ′차′로, 인라인스케이트를 ′보행자′로 봤습니다.

차 대 보행자 사고로 처리되면서 박 씨는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박요한]
″너무 죄송하고 유감스럽지만 제가 법적으로 100% 가해자로 몰려서…″

자전거 간 사고는 분쟁의 소지가 더 큽니다.

한강변에서 다른 자전거를 앞지른 뒤 뒷자전거와 부딪친 김보경 씨.

가해 차량으로 처리되면서 자전거 2대 수리비에 본인과 상대 치료비까지 1천만 원 이상을 물어내야 할 처지입니다.

[김보경]
″제 입장에서는 뒤에서 들이받혀서 사고가 난 건데도 불구하고 제가 가해자라는 게 납득이 안 되니까…″

◀ 앵커 ▶

꼭 알아두셔야 할 것, 자전거는 차로 분류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끌고 가야 하는데, 자전거 전용도로에선 그게 안 됩니다.

차로에서 차를 세우고 내리는 것과 같죠.

범칙금 부과 대상입니다.

′자전거는 직진을 하고 차는 우회전을 한다′ 그럼 둘 다 차니까 직진 우선, 자전거가 먼저인데요.

단 좌회전이냐 우회전이냐 방향 지시를 하지 않으면 역시 범칙금 부과 대상입니다.

자전거 사고의 사망원인 1위는 머리 부상인데요, 헬멧은 어린이만 반드시 쓰게 돼 있고 음주운전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미비한 부분입니다.

◀ 앵커 ▶

알아야 할 것도 조심해야 할 것도 너무 많은 자전거 1천만 대 시대.

의식과 제도가 따라가기 전까진 목숨 걸고 타야 하는 자전거 시대 면하기 어렵겠습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