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윤정혜

산후조리원 '필수' 됐지만…감염병 '쉬쉬'할까 불안

입력 | 2019-01-17 20:35   수정 | 2019-01-1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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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산모들이 몸조리를 어디서 얼마나 하는지 정부가 그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했습니다.

출산 후 6주 동안 가장 많이 이용한 장소는 역시 산후조리원, 4명 중 3명이 이용했습니다.

평균 이용 기간은 13.2일, 비용은 220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선호하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육아에 시달리지 않아서 편하다′, 또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라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산후조리원은 친정어머니의 돌봄을 제칠 정도로 대세가 됐지만 신생아 집단 감염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여서 안전 대책도 시급합니다.

윤정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임산부들에게 산후조리는 출산만큼이나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선영]
″병원 연계되는 (산후)조리원에서 하기로 했어요. 신생아 케어라든가, 제 몸도 출산하고 나서 회복기간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산후조리원의 집단 감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다보니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렵습니다.

[이민진]
″산후조리원 계약을 하고 고민인 게 주변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조리원에 감염병이 많이 돈다더라…″

산후조리원에서의 감염병 발생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로, 작년엔 상반기에만 4백 건 가까이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조리원에서 감염병이 발생해도 산모들은 이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번 달 초 대구의 한 산후조리원은 신생아가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RSV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도 쉬쉬하다가 하루가 꼬박 지나고 나서야 산모들에게 알렸습니다.

보건소에 알린 것도 산모들이었습니다.

[대구 A산후조리원 신생아 가족]
″직접 발벗고 나서지 않았으면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을 걸로 보였습니다… 그냥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늑장대응 탓에 RSV에 감염된 신생아는 이 조리원에서만 38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지난달 말, 경기도 안양의 한 산후조리원에서는신생아가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됐습니다.

[최혜진/감염 신생아 산모]
″조리원 측에서 저한테 ′아이가 이상하다′라고… 벌써 3일 정도 체중감소가 있어서 탈수가 진행이 상당히 된 상황이더라고요. 그래서 응급실로 아이를 이송해서…″

하지만 산후조리원은 이 사실을 다른 산모들에게는 아예 알리지 않았습니다.

[박 모 씨/당시 산후조리원 산모]
″다른 엄마랑 통화하다가 알게 됐어요. 놀랐죠. 아무래도 또 혹시 다른 아기들에게도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현행법상 산후조리원은 감염병이 발생해도 보건소에 보고할 의무만 있지, 다른 산모들에겐 알려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안양 B산후조리원 관계자]
″가장 중요한 건 소독이잖아요. 그리고 발병이 되거나 증상이 보이는 아기가 없으니까. 굳이 ′우리 아기가 로타(바이러스)에 걸렸으니 사모님들 대피하세요′ 이렇게 말할 것은 또 아니잖아요.″

신생아와 산모의 건강을 책임져야할 산후조리원이 은폐로 병을 키운다는 비난이 잇따르자 보건당국은 다른 산모들에게도 감염병 발생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