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윤수한

취업은? 결혼은?…가족 피해 '명절대피소' 간다

입력 | 2019-02-03 20:16   수정 | 2019-02-0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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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오랜만에 만난 자녀나 조카에게 취업은 했는지, 결혼은 할 건지, 혹시 지나치게 간섭하진 않으셨나요.

취업난이 심한 요즘, 청년들은 명절이면 가족, 친지 만나기가 부담스럽다고 하는데요.

이들을 위한 명절 대피소까지 등장했습니다.

윤수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어학원.

′명절 대피소′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들어가보니, 이삼십 대 청년들이 외국어 공부 같은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대피소라는 이름에 맞게 간식에도 ′비상식량′이라고 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문을 닫는 연휴에도 취업 준비생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학원에서 마련한 공간입니다.

[황지원]
″설 연휴 동안 계속 이렇게 학원 나와서 자습하는게 목표입니다. 제가 지금 대학교 4학년인데 아직 취직도 안 되고 해서 가족들이랑 친척들이랑 있으면 조금…″

심각한 취업난 속에, 친척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운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말 그대로 명절을 피하는 ′대피공간′이 생긴 겁니다.

작년 추석 연휴에도 1,200명 정도가 명절 대피소를 찾았는데, 학원 측은 이번 연휴에도 1000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설 연휴를 반납한 청년도 많습니다.

연휴에도 문을 여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취업준비생 김수정 씨.

당장이라도 고향에 내려가고 싶지만, 취업 준비 기간에 드는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연휴 이틀째 편의점을 지키고 있습니다.

[김수정]
″아무래도 부모님께 용돈 받는 게 눈치가 보여가지고, 스스로 용돈은 그래도 알바를 해서 벌어야겠다 싶어가지고 (일하고 있어요)″

취업난과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가족과 한 자리에 모여 덕담을 나누는 민족 대명절의 의미는 청년들 사이에서 옅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