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홍신영

10년이 지나도…"바보가 한없이 그립습니다"

입력 | 2019-02-16 20:20   수정 | 2019-02-1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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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오늘은 우리 나라 최초의 추기경이자,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었던 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고인을 그리워하는 추모 열기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홍신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지 어느덧 10년.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걸음들이 추모 미사에 모여 들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
″오늘 이 자리는 그저 그 분(김수환 추기경)을 추억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겪는 어려움과 도전이 있겠지만, 추기경님의 사랑과 감사의 삶을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미사가 끝난 뒤에도 성당 주변은 하루종일 시민들로 북적였습니다.

[김영옥]
″그 분이 사셨던 그 모습들이 생각이 나서 오늘 와서 제 마음도 한번 돌이켜보면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했어요.″

′살다가 복되게 죽는, 바른 길′이란 뜻의 ′선종′.

마지막 순간까지 큰 울림을 준 김 추기경의 생애가 유품들로 재현됐습니다.

′엄마를 따라 저잣거리에서 국화빵을 팔던 늦둥이 막내′.

작가가 생전 김 추기경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직접 듣고 쓴 책은, 10년 만에 영화로 만들어집니다.

[최종태/영화 ′저 산 너머′ 감독]
″아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겠구나…이 영화가…그런 확신을 갖고 왔습니다.″

어둡고 소외된 곳에 늘 함께였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과…추모 앨범까지…

곳곳에서 그를 소환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떠날 때도 그랬습니다.

혹한이 몰아치던 명동성당 빈소에 닷새동안 찾아온 추모객은 40만명.

모진 군부독재시절 민주화운동의 버팀목이자,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김수환 추기경.

[故 김수환 추기경]
″(인간은 인간 자체로) 존엄하고 존엄하다는 말은 국가권력으로도 침범할 수 없는 불가침의 기본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법정스님 추모시]
′우리 안의 벽 우리 밖의 벽 그벽을 그토록 허물고 싶어하던 당신′

[박노해 시인 추모시]
′어른이 그리운 시대 큰 어른이 가셨다. 거룩한 바보를 찾아나선 사람들…′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우리 사회는 큰 어른을 잃었다는 슬픔에 잠겼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오늘…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 이 시대, 스스로를 바보라 부르며 한없이 자신을 낮췄던 그 분이 그립습니다.

[故 김수환 추기경]
″알면 뭘 그렇게 많이 알겠어요. 안다고 나서는 것이 바보 짓이지.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그럴수록 제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모르겠어요.″

MBC뉴스 홍신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