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최유찬

기자 질문에 '능수능란' 답변…빛바랜 '파격' 행보

입력 | 2019-02-28 20:00   수정 | 2019-02-2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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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회담 결렬로 그 빛이 바래긴했지만 오늘 김정은 위원장은 극히 이례적으로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줬습니다.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도 ′처음 아니냐′며 크게 회자되기까지 했는데요.

실제로 전에는 볼수 없었던 이런 장면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최유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양 정상의 단독회담 모두발언이 끝날 무렵.

한 외신 기자가 불쑥 질문을 던집니다.

[외신 기자]
″김정은 위원장님, 자신 있습니까?″

공개석상에서 나온 북한 최고 존엄을 향한 돌발 질문.

김 위원장은 신중하고도 단호하게 답변했습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단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으로 믿습니다.″

북한 지도자가 국제 무대에서 외신 기자 질문에 답하는 모습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상황.

질문을 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곧장 트위터에 ″내가 물은 질문에 그가 대답을 했다″는 감격적인 소회를 밝혔고 동료 기자들도 ″그가 기자의 질문에 답한 건 처음 아니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런 파격적인 행보는 확대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기자가 ″비핵화 준비가 돼 있느냐″는 다소 민감한 질문을 해도…

[김정은/국무위원장]
″그럴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유와 유연함을 갖춰 되받아쳤습니다.

거침없는 답변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마저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트럼프/미국대통령]
″좋은 대답입니다. 아마 최고의 대답을 하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의 호쾌한 답변에, 이 때다 싶은 외신 기자들도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외신 기자]
″김정은 위원장님, 평양에 미국의 연락사무소를 개설할 준비가 돼 있으십니까?″

민감한 협상 안건 질문에 참모진들이 당황했지만,

[리용호/외무상]
″기자를 내보내는 게 어떻습니까?″

김 위원장은 웃는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김정은/국무위원장]
″아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 기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외교적 언사를 선보인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 과정에서 ′정상 국가′의 지도자란 이미지를 전세계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시도도 정상회담이 끝내 결렬되면서 빛이 바랬습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