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송광모

술 취한 선장의 '급발진'…"안 멈춘다" 선원들 절규

입력 | 2019-03-05 20:37   수정 | 2019-03-0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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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부산 광안대교에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의 항해기록 저장장치, 그러니까 일종의 블랙박스가 공개됐는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그대로 담겨있었습니다.

선장은 만취상태에 가까웠는데, 해경은 이런 선장의 말만 믿고 통제 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송광모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달 28일 오후, 6천톤급 러시아 화물선이 광안대교로 향합니다.

선원들이 배를 멈춰보려 안간힘을 씁니다.

[화물선 음성기록]
″못 멈춘다 XX. 속도가 안 빠진다 XX. 선장 망했다.″

통제 불능상태에 빠진 화물선은 결국 광안대교와 충돌합니다.

광안대교와 충돌하기 40분 전에는 요트 3척과도 부딪쳤습니다.

이때 선장은 해경에 ′충돌은 없다′며 거짓 보고를 한 뒤 선원들이 말리는 데도 출항을 시도합니다.

″1등 항해사 : XX, 못 돌린다. 못 돌린다니까.″
″선장 : 간다, 간다. 조타 잡아라.″

해경은 술을 마신 선장이 판단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부두를 빠져나가려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선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항금지 수준을 3배가량 초과한 0.086%.

선장은 사고 후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지만 출항 전 이미 선장의 음주를 짐작할 수 있는 선원들의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화물선 음성기록]
″이게 술의 결과다. 절대로 안 돼.″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해상관제센터 VTS 운영을 해경이 도맡고 있지만 이번 대응 역시 부실하기만 했습니다.

선장이 요트와 충돌하지 않았다며 관제센터에 허위 보고를 한 시각, 현장에는 해경 구조정이 도착해 있었지만 관제센터는 선장의 말만 믿었던 탓인지 화물선 통제 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남해해양경찰청 관계자]
″이 배가 거기에 있는 게 안전한지 아니면 움직여서 안전해역으로 움직이는 게 안전한지는 (선장이 판단합니다.)″

부산시는 광안대교 수리비용만 수백억 원에 이를 수도 있다며 향후 선사 측에 보상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송광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