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진주

"태움도 산재다"…극단적 선택 낳은 '업무상' 질병

입력 | 2019-03-07 20:25   수정 | 2019-03-11 11:11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영상 ▶

지난해 2월, 신입 간호사 투신자살로 세상에 드러난 ′태움′

″입사 6개월 만에 몸무게 13kg 줄었다″

[유족]
″웃음을 잃고, 항상 입에 담았던 말은 공부해야돼, 난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간호사 ′태움′ 폭로 잇따라

[간호사]
″굴러가는 의자에 앉혀놓고 그 의자를 발로 차서 저쪽으로 보내는 경우…″

올해 1월, 간호사 또 극단적 선택.

유서엔 ′병원 사람들 조문받지 말길′

[간호사]
″이제 직장 생활 처음 하는 신규 (간호사)들은 저도 당했고, 뭐라고만 하고, 심지어 막 이렇게 때리기도 하고… ″

″더 이상 죽이지 말라″…거리로 나온 간호사들

◀ 앵커 ▶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이 끔찍한 뜻을 가진 ′태움′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고 박선욱 간호사 유족들이 ′태움′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면서 산재 신청을 했는데요.

근로복지공단 측이 오늘 이 태움 문화를 처음, 산재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박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해 설 연휴 첫 날.

고 박선욱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자신의 스마트폰에 남긴 마지막 글입니다.

″업무에 대한 압박감, 선배들의 눈초리로 불안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하루 서너 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유족들은 박 간호사가 이른바 ′태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거라며 지난해 8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냈습니다.

[김윤주/故 박선욱 간호사 유족]
″사직 상담을 하겠다던 그 아이가 이틀 뒤 주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조금만 참아보라고 했는데 왜 참아보라고 했는지 가장 후회가 됩니다″

8개월의 심의 끝에 박 간호사가 산재 피해자로 인정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간호사 태움 사망을 산재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태움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던 기존 경찰 조사나, 박 간호사 개인의 성격 탓을 한 병원측 의견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신입 간호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기면서도 적절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은 업무상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권동희/노무사]
″직접적인 괴롭힘 뿐만 아니라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던, 또는 인력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까지 확대해서 ′태움′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봐준 것은 굉장한 성과죠″

유가족들은 이번 산재 인정을 계기로 간호사 태움 문화가 근절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김윤주/故 박선욱 간호사 유족]
″과로, 업무 스트레스나 이런 것들도 다 산재로 인정된다는 게 받아들여진다면 병원 내에서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기도 하거든요″

근로복지공단도 간호사 교육 부족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만큼, 앞으로 비슷한 간호사 태움 사건 판단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박진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