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황의준

삿대질과 고성 오간 대한항공 주총장…연임안 부결로 막 내려

입력 | 2019-03-27 19:52   수정 | 2019-03-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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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주식 한 주의 힘, 이른바 개미 군단의 위력을 새삼 절감하게 한 주총이었습니다.

한 시간 만에 끝났지만 조 회장 일가를 지키려는 주주, 또 저지하려는 주주 사이에 고성이 오가면서 적잖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 현장을 황의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늘 오전 대한항공 본사.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선 주주들이 긴장감 속에 신원 확인을 거쳐 하나 둘 주총장에 들어섭니다.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된 만큼 3백 석의 자리도 금세 가득 찼습니다.

9시 10분에 시작된 주총.

조양호 회장의 연임 안건이 올라오기도 전에 조 회장 일가를 겨냥한 날 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채이배/바른미래당 의원(주주 대리인)]
″대한항공이 한진칼과 분할하면서도 양사에서 조양호 회장이 5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는 문제…″

[김남근/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조 회장 일가가 기내면세품 납품과정에서) 중간수수료를 챙기고 회사에 196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힌 사건에 대해…″

조 회장을 옹호하는 주주들의 반격도 나왔고 한동안 고성이 오갔습니다.

[대한항공 주주]
″당신 말이야 국회의원이면 국회에서 일할 것이지.″
″퇴장시켜 퇴장.″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결국 조 회장의 연임안은 부결됐습니다.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주총장에 온 박창진 사무장은 표결 결과에 대해 짧게 소회를 밝혔습니다.

[박창진/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 연대 지부장]
″환영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또 다른 꼼수를 위한 물러남이 아니길 바라는 입장이고요.″

한 표라도 행사하겠다고 주총장에 나온 한 개미투자자는 오늘 결과에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배규선/대한항공 소액주주]
″아주 기쁩니다. 지난 토요일 대한항공 직원이 우리 집 와서 문을 두드렸어요. 그래서 제가 화가 나서 여기 나왔습니다.″

조양호 회장 연임에 반대하러 왔지만 사전 투표 결과에 따라 투표 자체를 못한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이어졌습니다.

[구영순/대한항공 소액주주]
″저는 60이 넘도록 주주총회란 건 처음 왔어요. 머리 털 나고. 그런데 이건 내가 투표도 안 했고, 미리 다 했다 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저는 주장하고 싶습니다.″

5년 전 땅콩회항에서 시작돼 결국, 총수의 퇴장으로 이어진 주주총회는 한 시간 만에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MBC뉴스 황의준입니다.